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내놓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방안이 사문화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와 여당이 중산층의 조세저항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재정개혁특위 강병구(왼쪽) 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위원들과 대화하는 모습. 고영권 기자

2015년 초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던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바뀐 것을 확인한 직장인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감세 효과가 큰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직장인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민심이 들끓은 데는 다자녀 추가 공제, 6세 이하 양육비 공제 등 출산 권장 항목까지 없앤 영향도 컸다. 조세저항이 현실화하자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제 혜택 확대, 분할 납부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다. 결국 정부는 이미 걷은 소득세수 가운데 4,500억원을 토해냈다.

▦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기준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이 역풍을 맞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은 반면 조세저항이 상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여당 내에서도 ‘중산층 증세’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펀드나 배당주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한 직장인과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금융소득은 종합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건강보험료가 더 오를 수도 있다.

▦ 세종대왕은 조세제도인 공법(貢法)을 도입하면서 백성들을 공론화 과정에 참여시켰다. 5개월 동안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해 17만2,800여 명의 의견을 들은 것이다. 그 결과 찬성 여론이 57%였다. 세종은 반대 여론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14년 뒤에야 공법을 시행했다. 당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세금을 적게 내고 가난한 농민은 과다한 세금에 시달렸다. 고을 수령이 멋대로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공법은 관료의 무분별한 재량권을 제한하고 농민들 수확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했다. 공평 과세 기준을 만든 것이다.

▦ 특위 권고안을 적용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31만 명이 새로 포함된다. 금리가 오르고 있어 대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들의 가족과 관련 금융산업 종사자를 포함하면 수백만 명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공론화 과정 없이 툭 던져졌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는 연말정산 파동 이후 급격한 민심 이반에 맞닥뜨렸다. 세금 징수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다. 서둘러 적용하기보다는 고소득자와 중산층의 세 부담을 정밀하게 추계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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