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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가성비 좋은 음식… 팔수록 손해 보는 제품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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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가성비 좋은 음식… 팔수록 손해 보는 제품도 있죠”

입력
2018.07.0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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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지선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MD 

 13년째 편의점 간편 음식 연구 

 3000원대 프리미엄 도시락 등 

 효자 상품 잇달아 선보여 

 “소비자들 찌개보다 고기반찬 선호” 

황지선 BGF리테일 MD는 일주일에 적어도 2번 이상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 “외식을 하면 항상 '이 메뉴를 도시락으로 구현하면 어떤 모양이 나올까'를 고민한다. 올 여름에는 복날에 맞춰 삼계탕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황지선 BGF리테일 MD는 일주일에 적어도 2번 이상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 “외식을 하면 항상 '이 메뉴를 도시락으로 구현하면 어떤 모양이 나올까'를 고민한다. 올 여름에는 복날에 맞춰 삼계탕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외환위기 이후 20년, 거의 모든 산업이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갱신한다고 하지만 같은 기간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성장을 이어간 분야가 있다. 1989년 국내 처음 문을 연 편의점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편의점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2011년 2만1,221개에서 올해 3월 기준 4만192개로 집계됐다. 매출은 2011년 10조1,000억원에서 2016년 배가 넘는 20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1인 가구와 ‘혼밥’ ‘혼술’ 유행이 맞물리며 편의점 간편식은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이 됐다. 젊은 층에서 혼자 밥먹기를 놀이 소재로 활용하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기 있는 편도(편의점 도시락) 사진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편도를 먹어본 이들이 한번쯤 가졌을 의문이 있다. ‘도대체 이 도시락 반찬은 누가 무슨 기준으로 정하는 걸까.’

편의점 업계 1위 CU의 도시락 반찬은 이 사람의 손에 달렸다. 13년째 편의점 음식만 연구해온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황지선(36) MD(상품개발자)다. 2,000원대 저가 중심의 편의점 도시락 시장을 3,000원대로 재편한 2단 도시락(상품명 ‘더블 BIG정식’),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삼성동 BGF 본사에서 만난 황 MD는 “대학에서 외식산업학과를 전공하고 당시 졸업생들이 그랬듯이 제조업체, 유통업체에 지원했고 유통업체인 BGF리테일에 입사했다. 지금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식분야에서 일했던 띠동갑 삼촌이 진로를 고민하던 황 MD에게 “앞으로 외식 유통업이 흥할 것”이란 말을 귀가 닳도록 했고, 예언은 적중해 2006년 황 MD 입사 당시 3,500개였던 CU편의점은 올해 1만3,000개를 돌파하며 “엄청난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황지선 MD.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황지선 MD.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황 MD가 처음 맡은 업무는 베이커리 분야. 이후 샌드위치, 주먹밥과 도시락 MD를 담당했다. “일본만 봐도 편의점 음식이 정말 다양하잖아요? 한데 편의점 상품의 1차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편의점 점주거든요. 각 편의점이 상품을 발주해야 최종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먹을 수 있는데 점주들께 편의점 도시락이 ‘먹을 만한 음식’이라는 걸 인식시키기가 어려웠죠. 편의점 3사(BGF리테일, GS리테일, 코리아세븐)가 다 도시락 사업에 달려든 게 2008년 무렵이에요.”

상품 개발자로 첫 번째 터닝포인트가 된 건 4년이 더 지난 2012년 무렵이다. 당시 업계 불문율로 여겼던 3,000원대 가격 저항선을 깨고 2단 프리미엄 도시락 ‘더블BIG정식’을 선보였고, 도시락 전체 매출의 3할을 차지하며 수년 간 효자 상품이 됐다.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는 2015년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 런칭.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가를 올린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게 무작정 제안서를 보내 이제 도시락은 물론 김밥, 만능간장까지 즉석식품으로 내놨다. 황 MD는 “요리사는 한식, 양식, 중식처럼 특화된 장르가 있더라. 편의점 도시락에 자문을 해줄 전문가는 여러 식당 브랜드를 런칭한 백종원 대표가 최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서로 욕심이 많아” 우여곡절도 많았다. 백종원 대표는 ‘가성비 값’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3,000~4,000원대 도시락에도 품질 높은 상품을 요구했고, 회사에서는 ‘백종원’ 이미지를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황 MD는 “백종원 도시락 중 팔면 팔수록 손해인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백종원 대표는)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아시죠. 한 가지 반찬에 힘을 주면 다른 하나는 빼는, 선택과 집중하는 법을 배웠어요. 깨알 팁도 많이 얻었고요. 생고기를 볶으면 수분이 빠지면서 고기 무게가 줄거든요. 그 비율을 ‘수율’이라고 하는데, 제품 원가를 좌우해요. 수율 잘 나오는 조리법을 알려주셨죠.”

그래서 편의점 도시락 반찬은 무슨 기준으로 정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시장 조사로 메인 메뉴를 정하는데, 이때 메인과 어울리는 반찬도 같이 조사하죠. ‘백종원’ 이름을 단 도시락은 메뉴와 레시피를 모두 공유하고 감수를 받습니다.” 한 달 평균 출시하는 신제품은 평균 3개. 편의점 도시락에서 유독 고기반찬이 많아 보이는 건 꾸준히 사랑 받는 제품 중 고기반찬이 많아서란다. 이후 고백한 실패담을 요약하면 카레, 찌개류 등 국물 있는 외식 메뉴는 “소비자 기대만큼 구현”을 못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제가 된 도시락이 꼭 판매도 높은 것도 아니다. 다만 합당한 ‘가성비’를 갖췄다면 비싸더라도 사먹는 “가격 저항력이 낮아졌다”는 게 ‘요즘 편도’의 메가 트렌드다.

“CU편의점 숫자만 1만3,000개인데 점포당 하루 한 개씩만 도시락을 팔아도 1만3,000개잖아요. 한번도 식중독 사고가 난 적 없어요. 편의점 도시락을 ‘불량식품’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어떤 음식보다 위생적이고 가성비 좋은 음식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인터뷰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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