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일본을 상대로 경기 막판 '극장골'을 성공시키며 8강에 올랐다.” 이처럼 월드컵 소식을 알리는 기사문에서 자주 접하는 낱말이 ‘극장골’이다. '극장골'은 ‘축구 경기에서 종료 직전 승부를 결정짓는 극적인 골’을 가리키는 말이다. ‘극적인 골’과 ‘극장골’의 의미 대응 관계를 볼 때, ‘극장골’은 ‘극적(劇的)인’, ‘드라마 같은’ 등과 같은 수식어를 ‘극장(劇場)’으로 대체해 만든 낱말임을 알 수 있다.

‘극장골’이 빠른 시간 내에 ‘극적인 골’을 대체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된 건 ‘극(劇)’이란 말이 ‘극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연극이나 영화를 연상하고, 여기에서 다시 ‘극장’을 연상할 수 있기에 두 표현의 호환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처럼 특정 의미 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표현이 안착하면, 이는 다른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에 활용되기 마련이다. “기아는 연장 10회에 터진 극장 홈런으로 4-3 승리를 이뤘다”에선 ‘극장골’을 만든 표현법이 야구 경기에 적용되어, ‘극장 홈런’을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연상이 거듭되다 보면 ‘극장’의 의미적 역할은 더 다양해진다.

“3연속 극장, 삼성-두산 명승부에 잠실 들끓다”에서는 ‘역전승 상황’을 ‘극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극적인’이라는 수식어의 역할에서 벗어나 ‘극장’ 자체의 의미가 부각되고 나면, “두산 극장 다시 개봉해 보자”나 “롯데는 막판 투런 홈런으로 감동 극장을 열었다”란 표현이 만들어지는 건 자연스럽다. 이러한 표현들이 자리를 잡으면, ‘역전승을 거두는 상황’을 표현하는 ‘극장을 개봉하다’나 ‘극장을 열다’와 같은 관용어가 탄생하는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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