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채팅방 열고 단체행동

 
 
 “침묵하지 말자” 2000명 참여 
 회장의 갑질ㆍ비리 사례 등 폭로 
 “회장 속옷에 기수 새긴 선물 강요” 
 내일 광화문서 ‘노밀 사태’ 집회 
 
 박삼구 회장은 사과로 진화나서 
 “기내식 사태 갑질은 완전 오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가 직원들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갑질 및 비리 폭로로 확산되고 있다.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의혹과 이로 인한 하청업체 대표의 죽음 등으로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그간 직원들 사이에 쌓였던 총수 일가 갑질과 비리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직원들의 비리 폭로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진 대항항공의 전철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은 오는 6일과 8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규명 규탄 촛불문화제’ 집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의 갑질 및 비리도 폭로할 계획이다. 승무원과 정비기사 등 아시아나항공 직원 1,000여명은 ‘침묵하지 말자’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을 개설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집회 참석 시 사용자 측의 보복징계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한편,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만들다 목숨을 끊은 하청업체 H사의 윤모(57) 대표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국화꽃을 들고나오기로 했다. 이날 오전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이 최대 수용인원인 1,000명을 넘어서면서 두 번째 채팅방이 개설, 현재 약 2,000명의 직원이 참여한 상태다.

직원들은 채팅방에서 기내식 사태의 원인과 회사 측의 현장 대응 미숙 실태를 고발하는 것은 물론 금호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특히 채팅방에선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배급중단을 이용해 돈벌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기내식 배급 중단에 대한 보상으로 기내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30~50달러 상당의 고객우대증서(TCV)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익명 관계자는 “회사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밀쿠폰이 아닌 바우처를 주고 있다”며 “밀쿠폰을 주면 회사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승객이 바우처로 면세품을 사면 오히려 회사의 수익이 된다”고 지적했다.

여승무원들은 채팅방에서 회장에 대한 비리를 쏟아냈다. “박 회장을 맞이하기 위한 헤어 규정과 멘트 등의 교본이 따로 있다” “수료식 때 박 회장 드릴 속옷에 기수 숫자를 새겨서 선물해야 했다” “박 회장이 안전교육에서 가장 어린 여승무원들만 따로 부른 적이 있다” 등이다.

박 회장이 2015년 설립한 금호홀딩스가 지난해 5월 외부 금융회사에서 수백억원의 돈을 고리로 빌린 다음 계열사에 저리로 지급, 부당지원 한 의혹도 거듭 언급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해당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기내식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 회장은 하청업체 대표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불행한 일을 당하게 돼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유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1,6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를 위해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갑질을 부리다 기내식 사태가 발생했다는 의혹은 “완전한 오해”라고 반박했다. 박 회장은 “루프트한자 계열 스카이셰프코리아와의 기내식 계약은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웠던 외환위기 당시 이뤄져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었다”며 “새로 계약한 게이트고메코리아(GGK)가 훨씬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했고 GGK 모회사인 하이난항공그룹의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별도의 전략적 투자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