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업체가 300인 미만이라도
파견 나간 기업이 300인 이상 땐
주52시간 근로시간제 적용받아
정규직 정시 퇴근 빈자리
파견직 초과 근무로 메우려 해
“철저한 현장 관리감독 필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직원들은 다들 퇴근하고 파견직원들만 현장에 남으니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들더군요.”

인천에 위치한 A 제조업체에 다니는 파견근로자 이모(43)씨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 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A업체는 상시 근로자 350명과 파견근로자 100명 규모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돼 7월부터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정직원들에게는 ‘정시퇴근’을 독려하면서도 파견 근로자들에게는 ‘파견업체는 30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지시했다. 이씨는 “파견직이란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이 남의 일이 될 줄은 몰랐다”며 “정직원들이 연ㆍ월차를 사용하게 되면 그 ‘땜빵’도 우리한테 하라는데 그럼 우리는 대체 언제 쉴 수 있게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회사의 주장대로 이씨 같은 파견 근로자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대상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파견 근로자 역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근로시간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지난달 배포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가이드라인에도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있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파견법 제34조는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인 근로기준법 제50조부터 제55조까지를 비롯한 일부 조항에서는 파견사업주가 아닌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견 근로자를 파견한 업체가 300인 미만이더라도 파견 나간 기업이 300인 이상이라면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적용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저작권 한국일보]직원 구성별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적용 여부_김경진기자

하지만 A 업체처럼 정작 현장 곳곳에서 이런 규정이 무시당한다. 계약직ㆍ파견직 채용이 만연한 방송제작업계에서도 이들로 정규직들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업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이달부터 주 68시간, 2019년에는 주52시간 근로시간제를 적용해야 한다. 한 외주 편집사 대표는 “방송사 측에서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본사와 외주업체에 동시 적용한다고는 하는데 명확한 지침 없이 ‘알아서 시간을 줄여라’는 입장이라 하청 입장에서는 가능할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방송사의 명시적인 지시나 요청 없이 파견된 현장 스태프가 자발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추가 근무를 하라고 내부적으로 정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가뜩이나 지상파 방송사 등이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스태프의 임금이나 하도급 단가를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파견 근로자들도 고용부 등에 원청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을(乙) 중의 을 입장인 파견 및 비정규직은 회사를 그만두는 극단적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이런 선택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시시비비를 나서서 직접 가려주기 보다는 개별 사업장 별로 ‘노사 간 합의로 결정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사가 관련 논의를 위해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거나, 근로자 대표를 선정할 때 파견 및 비정규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고려한 근로자 참여를 따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 보니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통로는 거의 없다. 김 노무사는 “현장에서 파견 근로자 등이 근로기준법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꼼수를 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자발적 신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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