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골목문화해설사 홍순덕씨
특수교육교사 퇴직 후 제2인생
“청각장애인들, 저의 해설 들으며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
‘동산’ 표현하려 중지 세웠다가
비장애인들이 욕으로 오해도”
대구 중구 계산동 근대문화체험관 계산 예가에서 홍순덕 수화골목문화해설사가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의미의 수화로 환영인사를 전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대구 근대골목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수화’로 듣고 싶다면 절 찾아 주세요.”

수화골목문화해설사 홍순덕(65)씨는 대구 대표 관광지인 ‘근대골목’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근대골목에 깃든 이야기 보따리를 두 손으로 풀어주는 해설사다. 매주 수요일마다 저항시인인 이상화 고택 옆에 있는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로 출근한다. 하루 종일, 주로 단체로 찾아오는 청각장애인들을 인솔해 대구 도심의 근대골목길을 누빈다.

홍씨는 대구 중구청의 ‘골목 수화문화해설사’ 5명 중 최고연장자다. 동산청라언덕과 3ㆍ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등 대구 골목투어 2코스 근대문화골목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대구골목투어는 경상감영달성길 등 모두 5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해설사 경력 2년차에 불과한 ‘신인’이지만 그의 수화경력은 반 백년에 이른다. 보명학교 영명학교 등에서 30여년간 특수교육교사로 활동했고,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수화 자원봉사를 쉬지 않았다. 홍씨는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찾던 중 지난해 초 친구의 권유로 수화골목문화해설사에 도전했다”며 “50년 가까이 몸에 익은 수화를 의미 있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어에 참여한 청각장애인 상당수는 교과서에서도 접하지 못한 골목길 이야기를 눈으로 듣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일하는 맛이 난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골목길 관광에 나서려면 엄청난 결심을 해야 한다. 홍씨는 “일상 외출도 버거운 청각장애인들이 어렵게 관광에 나섰지만 또다시 소통의 장벽에 부딪쳐 마음고생 하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집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화골목해설사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몰라 해설 요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아쉽단다. 대구 근대골목은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열린관광지로 지난 2015년 선정됐다. 수화해설을 요청하는 관광객이 적을 때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해설에 나서기도 한다. 장애인 대상 해설은 단체가 많은 탓에 주로 사전 예약을 통해 이뤄진다.

수화해설 도중 오해로 인한 해프닝도 종종 발생한다. 그는 “청라언덕을 수화로 설명하던 중 ‘동산’을 표현하려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면 그 뜻을 모르는 일반 관광객들이 욕을 한다고 항의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수화골목길해설을 통해 일반인들의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길 바란다는 게 홍씨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대구 중구는 지난해 4월 청각장애인을 위해 골목수화문화해설사 5명을 위촉했다. 이들은 9주간의 기본교육과 6차례의 현장실습, 최종 시연회 과정 등 과정을 수료했다. 20명의 지원자 중 홍씨 등 5명만 수료했다.

홍씨는 “수화골목문화해설사는 수화에 능숙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2시간30분은 족히 걸리는 투어를 진행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해 평소 체력단련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두 손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언제까지라도 대구의 숨겨진 역사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