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6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1위 독일을 꺾으며 우리나라의 월드컵은 마무리되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에게 뒤늦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나라 경기는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되었고, 각 방송사에서 공들여 모신 해설자들의 맛깔스러운 해설은 경기에 재미를 더해 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해설을 즐기지 못하고 그저 화면만 봐야 했던 분들이 있다. 바로 농인(청각장애인) 분들이다.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어 ‘한국수화언어(한국수어)’가 우리나라 농인의 공식 언어가 되었지만, 여전히 공공 영역에서의 수어 통역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미 2017년 대통령 선거 때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수어 통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농인들이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 제한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2018년 월드컵에서도 반복되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수어 통역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한 기업에서 마련한 수어 통역 중계가 거의 전부였다.

한국수어는 우리나라 농인의 고유 언어이다. 많은 사람이 한국어를 손으로 표현하는 것이 한국수어라고 생각해서, 한글 자막을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이는 큰 오해이다. 한국수어는 영어나 독일어와 마찬가지로, 한국어와 구별되는 독립된 언어이다. 따라서 농인에게 한글 자막을 보고 이해하라는 것은 한국어 화자에게 영어 자막을 보며 이해하라는 것과 같다. 물론 한글을 아는 농인은 대강의 뜻은 알겠지만, 이는 한국인이 영어 자막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불완전하다. 따라서 농인에게는 자신의 언어인 한국수어로 보는 것이 가장 편한 일이고, 최소한 공공 영역에서는 이러한 수어 통역이 점차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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