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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서둘러 막 내린 스펙트라의 시대

입력
2018.07.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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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라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아차의 준중형 세단 자리를 지키던 차다. SD 프로젝트의 성과였다.

1.5ㆍ1.8ℓ 신형 엠아이테크(MI-TECH) 엔진을 적용한 앞바퀴 굴림 차로 92마력, 102마력, 130마력 등의 파워트레인을 확보했다. 수동 5단과 자동 4단 변속기가 엔진을 조율했다. 판매가격은 760만~950만원으로 경쟁 차종인 아반떼XD보다 30만원 정도 낮았다.

스펙트라는 세피아2의 후속 모델로 등판해 주목받았지만 불과 3년여 만에 단종되고 말았다. 이미 준중형 세단 시장을 장악한 현대차 아반떼에 맞불을 놓을 요량으로 개발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기아차로선 큰집 현대차와 본격적으로 맞붙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스펙트라의 후속차인 세라토부터 아반떼와 플랫폼을 공유하게 되면서 스펙트라 시대는 서둘러 막을 내리게 된다.

스펙트라는 22개월 동안 1,600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하지만 세피아II의 모습을 이어받은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풀 체인지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내도 큰 틀은 유지한 채 소소한 변화만 줬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차의 뒷좌석이 기억에 남는다. 등받이를 뒤로 많이 기울게 만들어 키가 큰 사람이 앉아도 머리 위 공간이 부족하지 않게 했다. 중형세단 크레도스가 먼저 시도했던 기술이다. 시트에 기대앉으면 뒤창을 통해 하늘이 보일 정도였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본격적인 플랫폼 공유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펙트라에서 일부 편의 장비를 함께 쓰기 시작했다. 실외공기의 오염도에 따라 자동으로 공기를 차단해주는 장치나 선글라스 보관함과 이어진 실내등, 도어 핸들 등이 대표적이다.

스펙트라에는 배터리 세이버 기능이 있었다. 라이트를 켠 채 주차를 해도 전류를 자동 차단해 방전되지 않도록 해주는 기능. 미국 NCAP 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를 받아 최고 수준의 안전성도 갖췄다.

기아차는 스펙트라 발표회 장소로 과천 서울대공원을 택했다. 2000년 5월 21일부터 이틀 동안이었다. 타깃 고객층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서겠다는 발상에서다. 호텔에서 신차발표회를 하는 것보다 비용대비 효율성도 높았다. 현대차도 아반떼XD 신차발표회를 생략하고 극장과 백화점 등에서 전시회를 여는 방법으로 신차 탄생을 알렸다.

스펙트라는 또 기아차가 법정관리 후 처음 TV CF를 선보인 차였다. 그리스 신전을 배경으로 여사제들이 꽃잎을 뿌리는 길을 스펙트라가 달려 나오는 영상이었다. 준중형차의 ‘품위’를 강조한 CF라는 게 당시 기아차의 설명이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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