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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어떨까요] 난민신청부터 언어의 벽… 한국어 지원ㆍ문화교육 통해 자립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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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어떨까요] 난민신청부터 언어의 벽… 한국어 지원ㆍ문화교육 통해 자립 도와야

입력
2018.07.03 04:40
수정
2018.07.03 11: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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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멘 난민 신청자가 29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관계자와 인권상담을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한 예멘 난민 신청자가 29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관계자와 인권상담을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사보카(24)씨는 지난 3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난민불인정결정 통보를 받았지만 이의신청을 하지 못했다. 불인정사유가 무엇인지 찾느라 헤매다가 30일의 신청 기간을 놓친 탓이다. 통지서는 ‘불인정 사유’를 ‘붙임’ 서류에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사보카씨는 처음에 이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다시 찾아가 겨우 불인정 사유서를 얻어냈지만 문서는 모두 한글로 써 있었다. 결국 인맥을 총 동원해 사유서를 해석하고 나니 이미 한 달이 지난 뒤였다고 했다.

한국에 온 난민들은 이처럼 난민신청 단계에서부터 언어의 벽에 부딪힌다. 우선 난민신청서가 영어 등 주요 언어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난민의 경우 신청서 작성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난민심사관과의 인터뷰 과정에선 통역이 제공되지만 각 나라의 방언이나 난민신청자의 종교나 성별을 고려해 통역을 구하다 보면 시간이 계속 지체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제주 예멘 난민 관련 대책’에서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 있는 심사담당인력을 4명(통역 2명 포함)에서 6명(통역 2명 포함)으로 늘려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난민심사 전담인원을 늘리고 통역 등 언어지원을 보완해 심사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난민심사 신청자는 9,942명인 반면 심사에 투입된 공무원은 37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심사에 속도를 내지 못해 기다리는 난민신청자들이 지치고, 심사의 정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환학 헌법재판연구원은 “소수의 난민심사관이 언어장벽이 있는 상황에서 신청자의 사연을 면밀히 듣고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인원 충원은 물론 언어 등 전문성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어 및 문화적 지원은 난민심사 이후에도 중요하다. 난민들이 한국사회에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한국인들과 공존하는데도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난민신청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정착 교육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출입국ㆍ외국인지원센터에서 하는 한국어 및 사회ㆍ법질서 교육이 전부다. 하지만 1만명에 가까운 난민신청자에 비해 센터의 연 수용인원은 164명에 불과해 혜택을 받는 것은 소수다. 2016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대한민국 체류 난민의 취업 실태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지자체나 정부로부터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나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난민은 93명 중 17명(19%)뿐이었다.

난민지원 시민단체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는 “난민들 상당수가 한국문화에 대한 정보나 이해가 부족한데다 언어도 서툴러서 한국 이웃과의 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겪곤 한다”며 “이들에게 한국사회에서 자립하고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문화적 소양을 교육한다면 정착은 물론 난민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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