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언론, 폼페이오 방북 앞두고
“北, 비밀 핵시설 은폐 의혹”
정보당국자 인용 사전 경고 보내
#
성 김ㆍ최선희, 판문점서 회동한 듯
북미회담 19일 만에 실무접촉 재개
트럼프 “北, 비핵화에 진지” 태도 유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시작될 북미 간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북미가 실무 접촉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핵화 협상을 앞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비밀 핵 시설 신고에 초점을 맞추는 기류를 보이면서, 북한의 비밀 핵시설 신고가 양측간 초반 협상 신뢰를 좌우할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주 방한, 1일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협상에 관여해 온 당국자 간 회동이 확인되기는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19일만이다. 성 김 대사의 협의 상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성 김 대사와 함께 판문점 실무협의를 담당해 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은 이날 6일께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실무 조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6일로 예정된 인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취소해 이날을 전후해 방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간 막판 조율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정이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시 최우선 현안은 미군 유해 송환이지만 향후 비핵화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관한 협상 로드맵을 그리는 것도 중요 의제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앞두고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일부 핵무기 은닉 가능성 및 비밀 핵시설 활동을 전하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은 대북 경고 메시지이자 미국이 향후 협상에서 북한의 비밀 핵시설 신고 및 검증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 국방정보국(DIA)이 북미 정상회담 후 새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 대신 핵탄두 및 비밀 생산 시설을 은폐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 활동 전체를 모를 것이라고 믿고, 핵탄두 숫자 및 핵시설 형태와 숫자 등에 관해 미국을 속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약 65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을 주장하고 있다. 또 우라늄 농축시설의 경우 지금까지 영변 한 곳만 외부에 알려졌지만, 미 정보당국은 2010년부터 천리마군 강선에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으며 이곳의 농축 규모를 영변의 2배로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수년간 위성 사진 분석과 컴퓨터 해킹 등으로 북한 핵시설 정보를 수집해왔는데, 미 정보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밀 핵 시설이 한 곳 이상인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NBC방송도 지난달 29일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 북한이 최근 몇 달간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 재료인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시설 신고와 검증에 대한 절차 등을 협상하기도 전에 이 같은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비밀 핵 시설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사전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도 방북 시 핵시설 신고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 북핵 협상에 관해 조언한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협상 당시 북한으로부터 핵실험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 등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 담긴 신고서를 전달 받긴 했으나, 완전하지 않았고 검증 의정서 또한 부족해 성공하지 못한 애기를 했다”며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와 국제 기준에 맞는 검증 의정서를 받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향후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조치 등에 나서더라도 영변 외의 비밀 시설에 대한 신고를 기피하거나 속일 경우 북미간 신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비핵화 초기 조치로 ‘완전한 신고’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옹호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미국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비핵화에 매우 진지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매파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WP 보도로 인한 우려를 진화하려는 의도로 “협상 실무를 이끄는 이들에게는 몽상적인 감정이 없다”고 발언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