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적용 피하자”
중소ㆍ중견기업들 ‘꼼수’ 속출
게티이미지뱅크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시행되면서 제도 적용을 피하기 위한 300인 전후 중소ㆍ중견기업들의 편법ㆍ꼼수 대응이 속출하고 있다. 노조의 힘이 약한 점을 이용해 종업원 수를 300인 이하로 줄이거나, 일방적인 휴게시간 설정 등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 의무를 피해가는 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건자재 업체 T사는 올해 들어 사무업무를 보조하는 일용직 근로자를 모두 해고한 후 다시 채용하지 않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를 그대로 둘 경우 근로자 수가 300인이 넘어 이달부터 근로시간 단축 의무를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명 안팎의 일용직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으면서 이들이 하던 사무실 관리나 사무보조 업무 등은 고스란히 다른 정규직원들의 추가 업무가 됐다. 직원 한모씨는 “회사 여건상 일용직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는 건 이해 하더라도, 추가적인 보상 없이 내 근로시간과 업무만 늘어난 것은 불만”이라며 “300인 이하 회사까지 법 적용이 되는 내년 말 이후엔 정작 어떻게 할지 고민은 없이 ‘언발에 오줌누기 식’ 대응만 하는 회사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에 있는 중견기업 S사는 이달부터 오전과 오후 한번씩 직원들이 한 시간씩 쉬도록 휴게 시간을 설정해 놨다. 직원들이 낮 동안 2시간을 쉰다면 오후 6시 이후 2시간 야근을 해도 하루 8시간 근무를 넘지 않게 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낮 휴게 시간에 제대로 쉬리란 보장이 없는데다, 그만큼 퇴근시간이 늦어질 게 뻔해서다. 한 직원은 “바쁜 낮 시간에 일하다 말고 갑자기 한 시간씩 쉰 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야근을 지속시키려는 회사 측의 꼼수”라고 말했다.

안마의자 회사 B사도 이달부터 출근 전인 오전 8~9시와 퇴근 직후인 18~19시를 직원들의 휴게 시간으로 설정했다. 이 경우 조기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 이 시간대에 일해도 추가 근로시간으로 인정 받을 수 없다. 한 직원은 “좋게 보면 정시 출퇴근을 장려하는 제도지만 출근 전후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을 추가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주로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 규모 사업체에서 주 52시간제와 관현한 꼼수 대응이 빈발하고 있다”며 “정부가 6개월 간의 처벌 유예기간 동안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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