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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왠지 억울한 부동산 공시가격

입력
2018.07.01 18:20
수정
2018.07.02 14: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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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나 주택에는 확고한 가격이 있을 수 없다. 비슷한 물건이 비슷한 시기에 매매돼도 가격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부는 과세 편의 등을 위해 기준가격을 조사ㆍ책정해 공시한다. 국토교통부는 토지가격인 ‘공시지가’와 주택가격인 ‘공시가격’을 정해 발표하고, 국세청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기준시가’를 책정한다. 다만 이런 공시가격은 시가에 비해 매우 낮게 매겨진다. 과세 기준가인 만큼 보수적으로 책정되는 게 옳고, 수시로 변동하는 시세의 불안정성도 감안해 가격 완충지대를 넉넉하게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런데 최근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안이 추진되면서 공시가격 체제의 허점이 잇따라 부각되고 있다. 골자는 공시가격 책정에 가격별, 유형별, 지역별 불균형이 적지 않아 결과적으로 부자들이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땅부자나 대기업 등이 대거 보유하고 있는 토지의 공시지가만 봐도 그렇다. 최근 경실련에 따르면 전국 9개 광역시ㆍ도의 공시지가 상위 100곳의 시세반영률은 평균 37%에 불과했다. 이는 평균 70% 내외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에 비해 크게 낮다.

▦ 우리나라에서는 법인 6%가 민간 토지의 78%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상위 1% 법인이 법인 소유 토지의 70%를 보유하고 있으니, 종중 토지나 공익법인 토지 등을 예외로 해도 주로 대기업들이 턱없이 낮은 공시지가에 따른 세제 혜택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토지뿐만 아니다. 역시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재벌이 보유한 성남, 남양주, 양평, 가평 등의 6개 고가 별장 및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평균도 39.2%에 불과했다.

▦ 공시가격의 불공정한 허점은 아파트에도 있다. 똑같이 시세의 70%로 공시가격이 매겨져도 강북의 시세 5억 원짜리 아파트는 시세와 공시가격 차이가 1억5,000만원에 불과한 반면, 강남의 20억 원짜리 아파트는 그 차이가 6억원으로 커져 그만큼 많은 세금 혜택을 누리게 된다. 게다가 2005년부터 적용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을 추가로 낮춤으로써 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더 유리한 제도가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주 발표될 보유세 개편안은 세제이기 때문에, 공시가격 현실화는 국토부에서 따로 추진해야 한다. 차제에 조속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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