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만족할 안전보장 조치
美가 내놓느냐가 협상의 관건
방북 앞서 中 왕이와 통화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할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해왔다"면서 북한이 미국 요구사항의 범위를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안갯속이던 북미 간 비핵화 후속 협상 일정이 가시권 내로 들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내주 초 북한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비핵화를 위한 제거 대상 목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이 반대급부로 북한이 만족할 만한 안전보장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협상 성패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29일 “북한의 핵 능력을 없애는 게 미국의 최종 목표라면 폐기해야 할 대상들을 식별하는(identify) 게 최우선”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 협상을 통해 거둬야 할 핵심 성과는 자국이 보유한 정보와 비교해 볼 비핵화 리스트를 북한한테서 받아내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이 북한에 이를 요구해 둔 상황일 개연성도 있다. 17일 일본 공영방송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핵 보유고와 생물ㆍ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및 모든 연관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거할 것을 촉구하면서 47개 요구 목록을 북한에 건넸다”고 주장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 “북한이 우리 요구 범위를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방북에 앞서 북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의견 교환과 함께 중국의 협조가 거론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미 행정부는 기대치를 낮추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칠면조 요리론’ 발언이 단적인 증거다. 그는 27일 미 노스다코타주에서 벌인 유세 연설에서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며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설령 비핵화 시간표가 만들어진다 해도 그 사실과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그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되레 속도가 늦춰지거나 협상이 깨지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6ㆍ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등을 선제적 선의 조치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 이상의 추가 보상을 미측에 바라는 기색이다. 친북 매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합동군사연습의 중지를 발표해 그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바람직한 사태 진전”이라면서도 “조미(북미) 수뇌회담(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조선(북한)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는 조미 동시 행동”이라고 했다. 미국이 내놓을 차례라는 것이다.

미국에게 남은 초기 보상 카드는 경제적 적대 중지인 대북 제재 완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의회 동의 없이 미 정부 독자적으로 가능한 행정명령 대북 제재 완화를 북한이 요구하고, 미 정부는 유해 송환, 미사일 시험장 폐기 등 비핵화와 밀접하진 않지만 자국 여론 영합에 필요한 북한 조치들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핵 능력 신고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치 일정에 맞춰 9월쯤으로 오히려 늦추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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