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도 제한 조치로 500여명 발 묶여
수용 여부 놓고 도민 찬반 갈등 극심
난민심사 수개월 소요 대책은 없어
[저작권 한국일보]제주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놓고 제주사회가 찬반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제주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주차장 한쪽에서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대한적십자사의 의료지원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김영헌 기자.

“왜 제주도민들 세금으로 예멘 난민들을 먹여 살리냐. 당장 제주에서 내보내라.”

최근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신청자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도 부서에서 하루에도 수십통이 넘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욕설과 고성까지 지르는 민원인들도 상당수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직접 지원하고 있는 한 자원봉사단체 사무실도 사정은 비슷하다. 너무 많은 항의전화로 아예 사무실 전화를 뽑아 놓을 정도다.

법무부가 지난 4월 30일부터 예멘인 난민신청자에 대해 제주도 외에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출도 제한 조치를 내린 이후부터 제주는 난민 수용 여부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예멘인들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 돈을 벌기 위해 온 ‘가짜 난민’이라는 등의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소문과 잘못된 정보들이 도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예멘 난민들을 개별적으로 돕는 도민이나 단체들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등 인도적인 지원조차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법무부가 29일 제주 예멘인 난민신청과 관련 대책을 내놓았지만 심사의 전문성을 살리고 심사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난민 갈등 사태를 촉발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출도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찬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예멘 난민 허용을 반대하는 제주난민대책도민위원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난민신청 예멘인들에 대해 취업허가를 내준 것은 난민법상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법무부는 지난 14일부터 입국시 갖고 온 돈이 떨어지면서 생계조차 어려운 제주 체류 예멘 난민신청자들에게 농어업 및 요식업에 대해 임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단체는 “이같은 처사는 취업 이민을 하려는 가짜 난민의 목적을 달성시켜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들이 30일 서울에서 집회를 열기로 한 가운데 제주에서도 한 온라인카페를 중심으로 같은날 제주도심에서 예멘 난민 수용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를 준비 중이다.

반면 지난 26일 제주지역 종교단체, 시민사회단체, 진보 정당 등 33개 단체들이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를 결성하고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지원과 연대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한 숙식이 어려운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돕기 위해 집과 사무실을 내주거나, 물품을 기부하는 도민들과 단체들도 늘어나는 등 제주지역 사회는 예멘 난민신청자를 놓고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앞서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은 지난 25일부터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인 난민신청자 486명을 대상으로 심사에 들어갔다. 현재 난민 심사관 2명이 하루 2,3명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인 난민신청자에 대한 심사는 내년 2월까지 8개월여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법무부가 난민 심사관 인원을 보강키로 함에 따라 이르면 2개월 후인 9월이나, 늦어도 3개월 후인 10월이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 관계자는 “예멘인 난민신청자에 대한 출도 제한 조치는 난민 심사와 별개로 이뤄진 것”이라며 “출도제한 조치 해제는 향후 상황을 보면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