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보는 시선에도 세대차이

#1
수용 반대 여론이 절반 넘지만
세대, 성별 등 따라 크게 차이
반대 의견 20, 30대가 70, 66%
#2
40대 이상은 43~55% 비교적 낮아
‘취업 난민’ 인식 여부가 좌우
#3
26%만 “예멘 국가 상황 안다”
정확한 정보제공 우선돼야

난민 문제가 한국사회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예멘 난민 561명이 무사증 제도(무비자 입국제도)를 통해 제주도에 입국하여 그 중 549명이 난민신청을 하였고,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단 당국은 취업 유예기간 조항을 예멘 난민신청자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적용하여 급한 불은 끄는 한편, 무비자 입국을 제한 국가에 예멘을 포함시켜 추가 유입을 봉쇄하였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29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난민수용, 여론은 반대가 다수

예멘 난민 수용반대 청원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시선은 어떠할까. SNS 공간에서는 4대 종단 등 인도주의 및 다문화 가치를 내세운 찬성 입장과 경제적 보호주의, 문화충돌과 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를 내세운 반대 입장 사이에 격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왜곡과 인종 혐오의 내용을 담은 ‘가짜 뉴스’도 심심찮게 보이고, 낯선 접촉으로 비롯된 두려움이나 우리 사회의 수용역량에 대한 현실적 고려가 없는 막연한 당위론도 확인된다.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해, 반대하는 편이라는 입장이 56%로 나타났고, 찬성하는 편이라는 입장은 24%에 그쳤다. 모르겠다는 입장도 20%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난민수용에 대한 반대 입장은 여성(61%), 2030세대(66~70%), 중도보수층(60~61%), 종교적으로는 무신론자(59%)와 개신교(58%)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대여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소득수준으로 보면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보다 월 가구소득 400만~600만원의 중산층에서 반대가 높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그래픽=김민호 기자
취업유예 기간 면제엔 긍정적, 거주제한 조치해제는 부정적

심사 절차만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탓에 난민 신청자들의 거주 및 기본적인 생계위협이 심각해졌다. 난민지원 단체에서는 취업목적의 난민신청을 막기 위해 난민 신청 후 6개월 동안 적용되는 ‘취업 유예기간’ 조항을 예외적으로 면제해주기로 하였다. 한편 종교계 일각과 난민지원 단체 등에서는 거주지역도 제주를 벗어날 수 없는 ‘거주지역 제한’ 조항 역시 탄력적으로 적용하여 다른 지역에서도 취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구체적으로 제주 출입국청이 난민신청자들을 위해 6개월 간 취업을 금지하는 유예조치에 대한 예외대상으로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는 의견이 48%로 과반에 육박했고, 잘못했다는 의견은 37%를 넘었다. 반대로 현재 제주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거주 지역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성이 31%, 반대가 56%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①: 전쟁난민인가? 불법취업난민인가?

난민 반대 여론이 강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예멘 난민을 전쟁난민인가, 불법취업난민으로 보는가에 따라 난민수용여부에 대한 태도가 크게 달라진다. 예멘 난민을 ‘전쟁 난민’으로 본다는 입장이 40%, ‘불법 취업을 위해 입국한 취업난민’으로 본다는 입장은 37%, 모르겠다는 응답이 23%로 응답이 엇갈렸다. 실제로 전쟁 난민이라 답한 응답자 중에서는 난민수용에 반대하는 입장이 24%에 그쳤으나, 불법 취업난민이라고 본 응답자들 중에서는 무려 90%가 난민수용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에서는 취업난민으로 보는 입장이 과반(49%)에 육박하지만, 40대 이상에서는 전쟁난민으로 본다는 입장이 43~47%로 다수를 이뤘다. 취업난과 심한 경쟁에 몰린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외부 집단의 유입에 대해 불법취업 목적의 난민신청이란 부정적인 판단을 보다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30세대의 경우 고학력자들이 다수인 세대인 점을 고려하면 취업 시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 시장에 진입할 예멘 난민들과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아니다. 앞서 중산층에서 예멘 난민 수용 반대여론이 높았던 점도 난민수용에 대한 반대가 일자리 경쟁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김민호 기자
김민호 기자
반대 이유②: 테러 가능성과 범죄 우려

경험적으로 검증된 바 없지만, 한국사회에 예멘 난민의 수용이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을 높이고, 난민신청자 다수가 2030세대 남성으로 구성되어 범죄율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면 테러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66%가 동의했고, 범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71%가 동의했다. 특히 여성 사이에서 테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74%, 범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79%로 높았고, 남자는 그에 비해 15%포인트 가량 낮게 나타났다. 이념적으로 보면 중도층과 보수층에서 테러가능성과 범죄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70%를 상회했고, 진보층에서는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스스로 진보라고 답한 층의 56%, 62%가 각각 테러 가능성과 범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해 이념적 태도가 난민 수용이 가져올 우려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키지는 못한다.

그래픽=김민호 기자
반대 이유③: 순혈주의, 인종적 편견과 다문화 우려 여전

이번 난민 수용 반대 청원이 급격하게 이슈화된 것은 2010년 이후 겪고 있는 다문화 성장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2000년대 까지만 해도 다문화에 해한 온정주의적이고 수용적 태도가 강화되어 왔다. 최소한 국적취득 이주민에 대해서는 한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하고(60%), 자기 자녀의 외국인과의 혼인에 개방적이며(50%),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자신의 전통과 생활습관을 버릴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동의하는 비율이 낮다(21%). 순혈주의적 차별, 일방적인 동화 정책에 대한 비판의식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특히 인종 및 출신 국가에 대한 편견은 2010년부터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다문화에 따른 국가경쟁력 강화 효과나 문화 융합적 사고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나는 같은 외국인이라도 출신국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인종주의적 편견이 높고(60%), ‘인종, 종교, 문화가 다양해지면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35%)거나 ‘외국인 이주자들이 증가하면 우리 문화가 더욱 풍부해진다’(24%)는 다문화 확산의 정당성과 효과 자체를 인정하는 비율이 낮다.

그래픽=김민호 기자
김민호기자
난민실태 정확한 정보부터 제공해야

이번 예멘 난민 수용을 둘러싼 논란은 최소 1990년대 이래 다문화 문제가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되었지만, 이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허심탄회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음을 깨닫게 한 계기였다. 특히 난민 수용 반대 분위기가 예멘 난민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응답자의 26%만이 예멘의 국가상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68%는 잘 알지 못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다수 시민이 갖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는 첫걸음으로 보인다. 포퓰리즘 선동이나 당위적인 담론을 넘어 현실적인 솔루션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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