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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랑 산다] 토끼가 더운 여름을 나는 법

입력
2018.07.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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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랄라가 무더위에 지쳐 대리석 침대 위에서 쉬고 있다. 이순지 기자
토끼 랄라가 무더위에 지쳐 대리석 침대 위에서 쉬고 있다. 이순지 기자

토끼 랄라는 여름이면 시원한 대리석 침대와 한 몸이 된다. 랄라를 위해 특별히 선물한 여름용 침대다. 랄라는 얼굴을 시작으로 배, 다리를 차례로 대리석 침대에 딱 붙이고 종일 잠을 잔다.

토끼에게 여름은 고통의 계절이다. 토끼는 길고 탐스러운 털을 갖고 있는데, 한 여름이면 토끼를 덥게 만드는 원망스러운 존재가 된다. 사람으로 치면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서 두껍고 무거운 털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셈이다. 토끼는 더위에 약한 편이다. 무더운 곳에 오래 방치하면 호흡이 가빠지면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열사병에 걸린다.

그래서 토끼 반려인은 ‘여름 나기’ 준비를 해야 한다. 에어컨을 종일 틀어주는 것도 괜찮지만, 사람도 그렇듯 토끼도 차가운 바람을 오래 쐬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 감기에 걸린 토끼는 콧물을 흘리고 기침도 한다. 토끼 감기는 동물병원에 가도 잘 낫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에어컨은 적당히 틀어주면서 현명하게 여름 나기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대리석을 만나 ‘더위’를 잊은 토끼

낮 기온이 30도가 넘었던 날이다. 랄라가 대리석 침대 위에 올라가 쉬고 있다. 이순지 기자
낮 기온이 30도가 넘었던 날이다. 랄라가 대리석 침대 위에 올라가 쉬고 있다. 이순지 기자

낮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었던 어느 여름날. 랄라의 귀를 손으로 만져본 적이 있다. 따뜻한 난로 같았다. 토끼 귀를 만져보면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여름날 난로 같은 귀를 가졌다는 것은 내 토끼가 매우 덥다는 의미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포털 사이트에 ‘반려동물 더위’로 검색했다. 가장 많이 나왔던 결과는 ‘대리석’이었다. 대리석은 장식용 건축 석재로 주로 사용하는데, 표면이 시원해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여름용 침대 소재로도 쓰인다.

반려동물을 위한 대리석은 여러 형태가 있다. 나무 프레임에 대리석을 붙인 것도 있고 침대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대리석 끝만 둥그렇게 다듬어 팔기도 한다. 나는 원목 침대 프레임에 대리석이 붙어있는 것을 선택했다. 이 침대 옆에는 얼음 팩을 넣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리석 침대에 냉동실에서 꽁꽁 얼린 쿨매트를 뒀다. 이순지 기자
대리석 침대에 냉동실에서 꽁꽁 얼린 쿨매트를 뒀다. 이순지 기자
일본 쇼핑몰 '라쿠텐'에서 팔고 있는 반려동물용 대리석. 라쿠텐 홈페이지 캡처
일본 쇼핑몰 '라쿠텐'에서 팔고 있는 반려동물용 대리석. 라쿠텐 홈페이지 캡처

미국 비영리토끼구조단체 ‘집토끼사회’(HRS)에서는 여름철 토끼를 위한 선물로 선풍기를 추천한다. 국내 토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토끼를 위한 선풍기는 무선 제품이 좋다. 토끼에 따라 성향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토끼는 무언가를 무는 행위를 좋아한다. 장난기가 많아서인데 특히 ‘전선’은 토끼가 사랑하는 장난감이다. 유선 선풍기를 선물하면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고 선풍기가 작동하지 않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랄라에겐 최근 소형 무선 선풍기를 선물했다. 워낙 예민한 동물이라 선풍기 바람을 싫어하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선풍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랄라 옆에 놓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작동시켰다. 랄라는 밥을 먹다가 선풍기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눈을 살포시 감은 후 선풍기 바람을 느꼈다. 한참 뒤 다시 랄라를 살펴보니 대리석 침대에 누워 당당히 선풍기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대리석 침대, 선풍기 외에도 랄라에게는 또 하나의 ‘여름 나기’ 용품이 있다. 바로 ‘쿨매트’다. 매트에 냉각젤이 들어가 있어 체내의 열을 흡수해준다. 쿨매트는 약 6,000원이면 살 수 있는데, 대리석 침대만큼 시원하진 않지만 가격이 저렴해 더위를 많이 타는 토끼에게 선물할 만하다.

큰돈 들이지 않고 여름 나는 방법

물이 담긴 페트병을 꽁꽁 얼려서 토끼에게 주면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물이 담긴 페트병을 꽁꽁 얼려서 토끼에게 주면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집에 있는 물품을 활용해 토끼의 더위를 식혀줄 수도 있다. 영국 토끼 정보 사이트 ‘펫후드’ 등은 물병 등을 활용한 여름 나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반려인의 정성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일단 ‘매의 눈’을 가져야 한다. 지금 토끼집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자. 혹시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 토끼집을 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에 토끼집을 옮겨주면 된다.

얼린 플라스틱 물병을 이용하는 것도 토끼 더위 해소에 좋다. 1리터 물병에 물을 가득 담아 냉동실에서 꽁꽁 얼린다. 얼린 물병을 수건으로 감싼 후 토끼 옆에 두면 된다. 이 방법은 국내 토끼 반려인들도 많이 활용한다. 베테랑 토끼 반려인들은 물병을 2개 정도 엮어서 토끼에게 준다. 그렇게 하면 얼린 물병이 더 천천히 녹는다고 한다.

얼린 물병을 옆에 놔줬다면 이제 시원한 수건으로 토끼 마사지를 해보자. 먼저 수건에 차가운 물을 적신 후 꾹 짜준다. 토끼 귀에 물이 들어가면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물기를 잘 제거해야 한다. 이후 수건을 이용해 토끼 귀부터 꼬리까지 꼼꼼히 마사지 해준다.

지금 소개할 방법은 국내 반려인들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다. 토끼 털을 깎는 ‘미용’에 대한 얘기다. 영국과 미국 등 토끼를 많이 키우는 나라에서는 토끼 미용을 한다. 털이 긴 토끼 품종인 라이언 헤드나 앙고라의 경우 여름에 적당히 털을 다듬어주면 더위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토끼 품종 중 하나인 라이언헤드. 털이 탐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토끼 품종 중 하나인 라이언헤드. 털이 탐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랄라를 처음 데려왔던 1년은 여름 나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토끼를 집에 두고 나는 에어컨이 펑펑 나오는 사무실에 있었다. 내가 외출한 동안 랄라는 이기적인 반려인 때문에 혼자 더위와 싸워야 했다.

나의 잘못을 깨달은 후에는 말 못 하는 랄라가 어떤 상태인지 알려고 노력했다. ‘여름 나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내 토끼가 어떤지 살펴봐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나는 랄라가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태풍이 오기 전 6월은 사람도 길에 오래 서 있지 못할 만큼 덥다. 출근 전에 살펴보니 랄라는 새로 산 선풍기가 좋은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대리석 침대에 누워있었다. 식욕도 좋았고, 귀를 앞뒤로 움직이며 여기저기 호기심을 가졌다. 랄라는 무더운 여름날을 잘 견디고 있는 것 같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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