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 의장
예멘 난민 제주에 500명은
갑자기 빵 터져 놀란 것
이미 국내 3400명 정도 있어
전쟁 나면 우리도 외국 피신
그 나라가 안 받아준다면…
우리도 난민 입장 돼봐야
한국 난민지원네트워크 이일(왼쪽) 의장이 조재우 논설위원과 대담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위상이나 국제사회에서 가진 책임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 사실 더 많은 난민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2018-06-22(한국일보)/2018-06-28(한국일보)

제주도에 예멘인 549명이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난민 수용 거부’ 청원이 수십만 건 올라오고 관련 집회가 예고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온 가짜 난민일 수 있는데다, 난민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나 난민에 의한 테러 등 범죄 발생 가능성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예멘 난민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바람에 과다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시각이 부딪힌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난민 문제가 이번처럼 집단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구촌 각국에서는 이미 난민 문제가 심각한 사안으로 떠올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7월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난민법이 시행된 후 난민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난민 인정 비율은 박한 편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최초로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난민 신청자 수는 3만2,733명으로, 그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06명(2.1%)뿐이다. 난민 지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사과정에서 인도적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1,474명(4.5%)이다. 특히 제주에서는 지금까지 5년간 1,153명이 난민 신청을 해 중국인 선교사 1명만이 법원 소송까지 가서 인정을 받았고, 인도적 체류 허가는 시리아와 예멘 국적자 등 2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주라는 협소한 지역에 느닷없이 ‘난민, 549명, 무슬림’ 이라는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문제는 난민심사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신청자가 최장 5년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청 6개월이 지나면 취업도 할 수 있다. 현재 3만5,000명 정도가 심사에 통과했거나 심사가 완료되길 기다리며 국내에 체류 중이다. 난민 브로커도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국민들은 난민을 달갑지 않아 한다. 그렇다면 합리적 해결 방안은 없는 걸까. 난민지원단체들의 모임인 난민지원네트워크 의장을 맡고 있는 이 일 공익법센터 어필(APIL) 소속 변호사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공익변호사, 난민변호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법연수원 수료 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소수자 보호나 바로 가까이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필에 오게 됐다. 난민 이슈를 접하고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가 셋인데 수입은 얼마 안되지만 처가에 얹혀살고 있어 버틸 수 있다.(웃음)”

-예멘인에 대한 난민 심사가 시작됐다. 평소에도 난민 소송이 많은가.

“소송도 많지만 신청하는 사람을 돕는 부분도 있어서 수치로만 얘기하긴 어렵다. 난민 인정을 받은 뒤에도 정착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수행 사건은 신청 단계까지 합치면 월 20여 건 정도다. 소송 비용은 거의 개인 후원으로 조달한다. 기업이나 로펌에서도 후원하지만 개인 후원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다.”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의 난민심사는 굉장히 엄격하다. 난민심사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려는 어리석은 테러리스트는 없다. 들어오려면 다른 비자를 받거나 국적 세탁을 통해 안전하게 들어오려 하지 왜 난민 신청을 해 혹독한 심사를 받겠나. 들어와서도 어디 있는지 계속 보고해야 한다. 어떤 테러리스트가 이런 걸 감수하면서 들어오겠나.”

-난민지원네트워크에는 어떤 단체들이 활동을 하나.

“난민지원단체가 많은데 네트워크가 생긴 것은 계기가 있었다. 세계 난민의 날(6월20일)을 계기로 플래시몹도 하고 언론 인터뷰 외에도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2013년부터 시행이 된 난민법 제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례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공식 홈페이지는 없으나 단체가 계속 늘고 있다. 14개 단체가 월례 모임을 갖고 산하에 난민법 개정을 위한 모임이나 난민 윤리와 관련된 모임, 난민 처우를 연구하는 모임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 난민이 많지 않은데 난민지원단체는 많은 것 같다.

“단체들이 생긴 유래를 들어보면 거의 비슷하다. 해외유학 중 친구나 이웃으로 난민들과 실제 만남을 가진 것이 계기가 된다. 가장 오래된 단체는 ‘난민들의 피난처’라는 곳이다. 이호택 대표 부부가 외국인 노동자와 탈북자를 돕는 일을 오래 해왔다. 탈북자만 박해를 피해 도망 온 줄 알았는데 ‘외국인인데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고 한다. 어필도 난민 소송을 한두 건 하다 ‘이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난민의 날’ 사진전 표어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난민들은 사회 곳곳에 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의미 있는 일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문제가 크게 이슈화된 것이 처음이다. 이미 세계는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한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난민기구에서 오래 일했다.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을 10년 하고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 난민 문제가 세계적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할 정도로 난민 숫자가 계속 급증한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슈가 되는 방식이 워낙 생소했고 정부도 미숙하게 뒷짐지고 대응했다. 사실 없던 문제가 갑자기 새로 생긴 건 아니니 놀랄 것까진 아니다.”

-한때 시리아 난민 문제가 있었다.

“시리아 난민의 경우, 인도적 체류라고 해서 내전이 끝날 때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내보내지 않는다. 한국 정도의 명성이 있는 나라가 전쟁 한복판으로 난민들을 되돌려 보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2년쯤 전에 시리아 난민 28명이 공항에 7개월 정도 있었던 일이 있다. 그때 사람들이 ‘왜 난민들이 한국에 왔지’라는 불길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이 언론에 ‘시리아 난민 200명이 공항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공항에 있던 사람들이 200명이 아니었고 1년 동안 들어왔던 사람들 숫자다. ‘시리아, 난민, 200명’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니 난리가 난 것이다. 예멘의 경우도 500명이라는 이질적인 사람들이 제주도에 ‘빵 터진’ 상황이라 놀란 것이다. 예멘 난민들은 이미 한국에 꽤 많이 들어와 있다. 3,400명 정도로 이미 난민 지위를 얻은 사람도 있다.”

-왜 갑자기 말레이시아에서 많이 온 건가.

“말레이시아는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아닌데 세계 난민의 허브다. 출입국이 쉬우니 대부분의 난민이 1차 기착지로 삼는다. 협약이 없다 보니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없고 유엔난민기구가 심사해도 정부 차원의 법적 효력이 없다. 심사도 엄청 오래 걸린다. 그 사이에 난민들은 불법체류자, 미등록체류자 신분으로 경찰에게 시달린다. 한국에서는 일단 심사는 받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예멘 난민 1만 명 중 매우 극소수만 우리나라로 들어온 거다.”

-예멘 난민을 무슬림 국가 쪽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한국 사회가 가진 위상, 국제사회에서 가진 책임 등을 고려하면 사실은 더 많은 난민을 책임질 수 있다. 미국이 갑자기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한다고 했는데, 탈퇴 국가는 에리트리아와 북한밖에 없다. 난민 이슈에 대해 우리가 절연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어떻게 잘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의식이 필요하다.”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난민 허가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이 수십만 건이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며칠 만에 수십만 명을 모은다는 건 개인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불안감 적개심 경제상황 촛불심리 등이 영향을 미쳐 난민들이 왜 무임승차 하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법질서 안에서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비행기를 태워 돌려보낸다던가 난민 문제를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난민들과 우리 국민의 공생이 가능한가.

“다른 나라 사례를 보고 연구해야 할 것은 있다. 배타적으로 살게 했거나 동화를 추구했거나다. 한국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박탈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다. ‘너희들 싫어, 혐오해, 너희들끼리 알아서 살아’라고 하면 게토(ghetto)화한다. 난민 인정을 받은 이후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인증서에 ‘당신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궁금하면 보건복지부에 물어보세요’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축하도 해주고 기념품도 준다. 우리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점차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도 국민들은 걱정이 많다.

“한국에 전쟁이 터지면 우리 국민도 당연히 외국으로 피신할 것이다.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나. 또 생계비를 줘서는 안 된다고 난리를 치면 어떤가. 당장 굶어 죽는다. 우리가 난민 입장이 되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도 무대책으로 대응하지 말고 포괄적인 정책도 밝히고 국민을 안심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인터뷰=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이 일 변호사는>

1981년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39기로 수료했다. 군법무관으로 복무한 뒤 첫 직장으로 2013년 공익법센터 어필(APIL)에 들어가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필(APILㆍ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은 ‘공익법을 위한 변호사들’이란 뜻이다. 그는 난민지원단체들의 모임인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 의장을 맡고 있다.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