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1주택자와 중저가 다주택자의 세부담 형평성은 어느 선이 적정할까.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2일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공개한 이후 고가 1주택자 세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주택 실수요자라도 혜택을 많이 주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진다는 비판론이 거세지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인 고가 1주택자에겐 세율 우대 등 더 이상의 배려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사진은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 매물 정보가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집값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1987~89년 3년 동안 매년 20~40%씩 치솟았다. 올림픽 호재에 3저(저유가 저환율 저금리) 현상이 가세한 탓이었다. 정부는 89년 서울 인근에 신도시 두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91년 입주를 시작한 분당과 일산이다. 당시 신문사는 광화문, 방송사는 여의도에 몰려 있었다. 상당수 기자가 직장에서 가까운 일산을 선호했고 극히 일부가 남쪽을 택했다. 일산에 살던 기자들은 은평 서대문 등 강북으로, 분당에선 강남 판교 쪽으로 옮겨가기 쉬웠다. 지금 소득은 비슷해도 자산 규모는 3~4배로 벌어졌다.

▦ 고가 1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게 온당한가. 재정개혁특위가 22일 공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 시나리오 중에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거주 목적의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소득이 적은 가구는 세부담 여력이 없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자 고가 1주택자의 세부담이 저가 주택 여러 채를 가진 사람보다 낮아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나왔다. 1주택자는 장기보유공제 등을 통해 종부세를 최대 70%까지 공제받는데, 차등과세라는 배려를 더하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다.

▦ 강북을 전전해 온 입장에서 강남권에 자리 잡은 이들이 부럽긴 하나, 비싼 집에 사니 징벌적 과세를 감내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목적으로 설계된 세금이다. 돈을 벌기 위해 아파트를 사재기하는 등 주택시장을 왜곡하고 불평등을 키우는 다주택자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거주 목적의 집 한 채만 가진 이들을 투기꾼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1주택 실수요자에게 집은 오랜 삶의 터전일 뿐이다.

▦ 한국사회 불평등의 핵심은 자산 격차다. 저성장 시대에도 자산수익률은 5~6%가량 된다. 불평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도 임대 배당 등 자산 소득에 제대로 된 세금을 매겨야 하는 이유다. 보유세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매기는 세금이어서 조세 저항이 큰 편이다. 자산 가치에 걸맞은 보유세는 내야겠으나, 고가 주택이라는 이유로 희생양을 삼아선 안 된다. 소득이 적은 은퇴자 실직자 등에게 재산분 세금을 많이 물리는 건 조세 정의에도 맞지 않다. 재산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전반을 형평에 맞게 고쳐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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