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노인들의 사회] <4> 나이는 숫자, 정년 없는 인생: 일본Ⅰ

실업률도 사회개혁 기대도 낮아
“아베 정권 반대” 청년층<노년층>
청년들, 노인복지 쏠림 불만도

“일본에서는 청년세대와 노인세대의 갈등은 없나요?” 이 질문을 던질 때마다 일본인들로부터 대개 ‘잘 모르겠다’는 난감한 반응이 돌아온다. 일본 사회의 세대갈등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하나는 낮은 실업률, 또 하나는 사회 개혁에 대한 낮은 기대치이다.

2012년 12월 보수정당인 자민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출범시켰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 2012년 일본 취업자 수는 2000년 이래 최저치인 6,280만명을 찍고 반등, 2013년 6,326만명에서 2016년 6,465만명으로 증가했다. 실업률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1년 각각 8.2%, 6.5%였던 20~24세, 25~29세 실업률은 2016년 5.4%, 4.6%로 떨어졌다.

일본의 대표적인 노인 비영리 법인 ‘고령사회를 좋게 만드는 여성모임(WABAS∙ THE WOMEN’S ASSOCIATION FOR A BETTER AGING SOCIETY)’의 히구치 게이코(樋口惠子ㆍ85)이사장은 “일본의 노인들은 과격하지는 않지만 자유주의적 성향이 짙어 보수적인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라며 “반면 청년층의 경우 아베 정권에 들어 구인배율(구인에 대한 구직비율)이 1.4배, 즉 100% 이상 취업이 가능해지다보니 상대적으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정치 구도 변화가 없어 전폭적인 개혁이 어려운 일본 정치의 특수성도 한 몫한다. 한 30대 직장인은 “2009년 54년만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큰 변화 없이 바로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며 “시위를 하는 등 사회운동을 해도 현재의 보수적인 정치구도가 바뀔 것이란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홋토플러스 대표는 “당시 민주당이 빈곤층에 대한 조사도 시행하고 사회보장 재원을 늘리기 위해 증세했지만 2012년 정권이 바뀐 후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는 사회적 재원 사용처를 놓고 긴장관계를 유지한다. 후지타 대표는 일본에서도 한국의 노인 지하철 무료승차와 비슷한 특혜성 제도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생각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사회보장 재원 사용처의 70%가 노인에 집중돼 있어 나머지 30%로 의료, 교육, 보육에 나눠 써야 한다”며 “청년층은 노인복지에만 재원이 몰리는 데 대한 불만이 있고, 우리와 같은 비영리단체에서 고령자 사회보장 제도 개선 요구를 하면 반대파의 청년들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라고 할 수 있는 1947~49년생 단카이(團塊) 세대가 2010년대에 접어들어 은퇴 후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과 마찰을 겪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일부 언론에 ‘단카이 몬스터’, ‘폭주 노인’으로까지 비쳐졌던 것도 일부 현상이란 반응이었다. 후지타 대표는 “실제 단카이 세대는 정규직을 젊은이들에 내주고 이후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게 되니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간 갈등이 두드러진다는 인식은 약하다”고 말했다.

도쿄=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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