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장 입구는 잡상인과 관람객이 뒤엉켜 (도떼기시장/도깨비시장)을 방불케 했다”에서 괄호 안의 두 낱말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러 종류의 물건을 무질서하게 사고파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시장’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원래 이런 뜻을 나타내는 말은 ‘도떼기시장’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도깨비시장’이란 말이 만들어져 쓰였고, 이 말은 ‘도떼기시장’의 동의어로 국어사전의 올림말에 포함되었다.

‘도떼기시장’이 ‘도깨비시장’으로도 불린 건 ‘도떼기’와 ‘도깨비’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었겠지만, ‘도깨비’란 말이 ‘물건은 없는 게 없고 거래처는 종잡을 수 없는 시장’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는 면도 작용한 듯하다. 이런 연유로 ‘도떼기시장’은 ‘무질서하고 시끄럽고 어수선함’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도깨비시장’은 ‘불법성과 비정상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더 많이 쓰인다.

“그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꿀떡같지만) 돈이 없어”에서도 괄호 안의 두 낱말은 ‘바라는 마음이 절실함’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굴뚝같다’만을 올림말로 삼았다. 원래 말은 ‘굴뚝같다’이고, ‘꿀떡같다’는 ‘굴뚝’과 ‘꿀떡’의 발음상 유사성 때문에 만들어진 거라 봤기 때문이다. 일부 방언에서 ‘굴뚝’을 ‘꿀뚝’이나 ‘꿀떡’이라 한다는 것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굴뚝같다’만큼 ‘꿀떡같다’를 많이 쓰고, ‘굴뚝’보다는 ‘꿀떡’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하고 싶은 마음’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무엇이 먼저 만들어진 표현인지 판단해 표준형을 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 ‘굴뚝같다’와 ‘꿀떡같다’를 모두 올림말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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