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노인들의 사회] <4> 나이는 숫자, 정년 없는 인생: 일본Ⅰ

‘2020 하류노인…’ 저자 후지타
“고령자 28% 월수입 국민연금뿐
빈곤층 돼야 지원하는 복지제도
북유럽처럼 ‘反빈곤 제도’로 전환을”
후지타 다카노리 NPO 홋토러스 대표 [저작권 한국일보] 박소영기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지만 비교적 많은 일자리 기회를 누리는 일본의 노인들은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않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중 한국은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에 있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지만 일본도 1998~2015년 노년 부양비가 매년 3.3%씩 증가해 이 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 현재 일본에서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가구의 51%는 고령자로, 기초생활보장만으로 살아가는 노인의 수는 700만~1,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기차로 한 시간정도 떨어진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에서 생활빈곤자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 홋토플러스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대표는 지난해 일본 빈곤노인들의 실태를 분석한 책에서 “젊을 때 연 400만엔(약 4,000만원)을 벌어도 빈곤노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생활보호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하류(下流)노인’으로 정의한 후지타 대표의 경고는 한국에도 ‘2020 하류노인이 온다’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지난 5일 사이타마현 홋토플러스 사무실에서 후지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스태프 11명과 함께 작은 사무실에서 10대부터 80대까지 빈곤층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후지타 대표는 “전국에서 접수되는 이메일과 전화 상담을 연간 1,000건 이상 받는다”며 “이 가운데 절반이 노인 상담인데 대부분의 노인은 가족에게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이고 간신히 국민연금(월 6만5,000엔)만 받거나 그마저도 못 받는 아슬아슬한 상태이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일본의 ‘하류노인’은 충분한 저축이 없거나 수입이 부족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됐다는 특징이 있다. 후지타 대표는 “90%이상이 혼자 살고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됐으며 우울증 등을 앓는 질환자들도 적지 않다”라며 “또 ‘빈곤은 부끄럽다’는 수치심 때문에 주변에 이야기 못하는 일본인의 성정을 감안한다면 우리 같은 단체에 도움을 청할 정도면 정말 마지막 단계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노인의 노동조건이 열악한 경우도 많다. 노인의 23%가 일을 하지만 일자리의 80%는 비정규직이거나 파트타임직이다. 후지타 대표는 “기차역이나 공원 청소, 주점 서빙, 신문배달 등 젊은이가 마다하는 힘든 일을 저렴한 인건비만 받으며 심야에 장시간 하는 노인들의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후지타 대표는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3,500만명 중 1,000만 명 가량의 월수입이 국민연금뿐이라고 지적하며 이 문제가 연금제도의 구멍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1965년 확립된 연금제도는 당시 평균수명 70세 정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현재 평균수명 80세 이상의 초고령사회에서 맞지 않게 됐다”며 “여기에 직장에서 퇴직금을 받아도 자신이나 가족이 병에 걸려 막대한 돈이 나가면 또다시 빈곤에 금세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연금 수급의 구멍을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도 있었다. 65세, 월 6만5,000엔 지급을 기준으로 60세에 연금을 당겨 신청할 수도, 70세까지 지급을 미룰 수도 있다. 현재는 75세까지 연금지급을 늦춰서 증액된 금액을 받는 제도가 논의 중이다.

하지만 결국은 근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의 변환이 필요하다고 후지타 대표는 지적한다. 그는 “일본의 복지제도는 빈곤층이 되면 지원하는 ‘극빈제도’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 경계의 계층에 생활보장비용이나 월세를 지원하는 북유럽의 경우처럼 ‘반빈곤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사이타마현=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