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수사 서울청팀 인력 안받아
역대 특검과는 상반되는 운용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열린 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최장 90일 안에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와 정치권 연루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허익범(59ㆍ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이 기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팀(수사팀) 인력을 파견 받지 않은 채 수사 인력 구성을 마쳤다. 통상적으로 역대 특검은 초기 수사를 담당한 기관의 인력을 파견 받아 수사 속도를 내 온 점에 비춰 허 특검팀이 경찰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서울청 수사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허 특검은 27일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첫날 브리핑에서 “오늘 파견검사와 검찰 및 경찰 인력이 오면서 인적 구성을 끝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특검법상 특검보 3명과 파견검사 13명,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 70명으로 구성할 수 있다. 다만 특검보와 파견검사는 정원에 맞춰 구성했다고 설명한 것과 달리 파견공무원과 특별수사관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파견 인력 중에는 앞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맡았던 서울청 인력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등에서 넘겨 받은 수사기록만 5만여쪽 분량에, 2시간짜리 영화 6,600편에 달하는 분량의 디지털 증거자료를 모두 분석해야 하는 특검으로선 드루킹 수사를 맡았던 서울청 수사팀 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되는 수사인력 운용이다. 특검은 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통해 원하는 경찰 인력을 구체적으로 지명했고, 경찰청은 이날 서울청ㆍ지방청 소속 경찰 10명을 차출했으나 이들은 드루킹 수사와 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순실 게이트’를 맡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전까지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 인력(검사 및 수사관)을 다수 파견 받아 진용을 꾸리는 등 허 특검팀은 역대 특검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증거인멸 방치 논란까지 부른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과 경위를 캐기 위한 취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해석에 여지가 있긴 하지만, 야권에선 경찰이 권력 실세가 관여된 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과 정권이 수사 축소에 영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경찰의 부실 수사 정황이 있다면)특검법상 수사대상이 되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매크로를 이용해 불법 여론 조작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고발한 사건이 최근 서울청 사이버수사팀에 배당된 탓에 특검 파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특검 조사를 앞둔 '드루킹' 측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과의 연관성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드루킹 변호인인 윤평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씨가)국회에 들어간 기록과 밖에서 만난 것을 합해 몇 번 만났는지 횟수가 명확히 나온다”며 “경찰 조사 때처럼 특검 조사에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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