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부부 이혼 건수, 작년 동기 대비 8.7%나 상승

“공직에서 퇴직한 이후부터 아내의 잔소리가 너무 심해졌다. 38세 딸이 아직 결혼을 못했는데 아내는 이를 전부 내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평생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이대로는 못 살겠다.” (60대 남성 A씨)

“살면서 수없이 이혼을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어려서 참고 지냈다. 자녀들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나니 사돈 보기 창피해서 또 참았다. 남편의 외도와 음주, 폭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젠 내 삶을 살고 싶다.”(60대 여성 B씨)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아 이혼 상담을 한 60대 남녀의 고충이다. 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상담 5,215건 중 연령대별 상담자 비율은 남성은 60대 이상(30.4%), 여성은 50대(27.8%)가 가장 높았다.

5060세대의 ‘황혼 이혼’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혼인건수 감소에 따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체 이혼건수가 감소하는 추세와 역행하는 현상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본격적인 은퇴와 자녀세대 독립 등으로 가족의 인적ㆍ경제적 결속력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4월 이혼 건수는 8,700건으로 1년 전인 지난해 4월(7,900건)보다 10.1%(800건) 늘었다. 이에 따라 2월(전년동기 대비 -13.5%)과 3월(-4.2%) 연속 줄어들던 이혼 건수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4월 이혼 건수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급등한 요인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이혼 증가가 꼽힌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4월 이혼을 혼인지속 기간으로 분석한 결과 결혼한 지 3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이 두드러지게 늘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이 세대에 속한 부부 중 이혼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황혼 이혼’ 급증 추세는 혼인기간별로 이혼 건수가 집계되는 분기별 통계에서 보다 분명히 확인된다. 이날 통계청이 공개한 올해 1분기(1~3월) 혼인지속 기간별 이혼 증감률(전년동기 대비)를 보면 ▦4년 이하 -6.8% ▦5~9년 -9.6% ▦10~14년 -5.3% ▦15~19년 -11.1% 등 20년 미만 부부는 이혼건수가 줄어든 반면,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는 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헌 아태인구연구원장은 “최근 ‘졸혼(결혼 졸업)’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될 만큼, 은퇴 후 자녀 양육이나 부부 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여생을 보내는 풍습이 확대된 것도 이혼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4월 출생아 수는 1년 전(3만400명)보다 2,700명(8.9%) 줄어든 2만7,700명에 그쳤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4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월별 출생아 수는 전년동기 증가율 기준으로 2015년 12월 이후 2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망자수는 2만4,000명으로 1년 전(2만3,100명)보다 900명(3.9%) 증가했다. 고령인구 증가 등이 원인으로, 이 또한 통계 작성 이래 4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출생은 줄고 사망은 늘어나면서 4월 인구 자연증가 규모는 3,700명에 머물렀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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