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문제 재판까지 거쳐 출전한
국민영웅 게레로 1도움·쐐기골
16강 탈락 후 3차전에서 대활약
페루 40년만의 본선 승리 따내
“내년 코파아메리카 새로운 도전”
페루 파올로 게레로가 27일 2018 러시아 월드컵 호주전에서 후반 5분 쐐기골을 넣은 뒤 페루 국기를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소치=AFP 연합뉴스.

27일 소치 피스트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페루와 호주의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 페루는 앞선 두 경기에서 2패를 안으며 16강이 좌절된 상태였고, 호주는 1무 1패로 아직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었기에 배수진을 친 호주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페루의 국민영웅 파올로 게레로(34ㆍCR 플라멩구)가 고국에 승리의 영광을 선물했다. 게레로는 전반 18분 안드레 카리요(27ㆍ왓포드)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5분에는 직접 추가골을 작렬하면서 2-0 완승을 이끌었다.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이란전에서의 승리 이후 무려 40년 만의 월드컵 본선 승리였다. 골을 넣은 직후 그는 왼쪽 가슴에 달린 페루 국기를 중계 카메라에 들이밀며 환호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린 골 세리머니였다.

사실 게레로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페루는 지난해 남미 예선에서 5위를 기록, 대륙 간 플레이오프(뉴질랜드전)까지 거치며 가까스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이때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가 게레로였다. 예선에서 팀 내 최다골인 5골을 터뜨리며 페루의 본선행에 앞장섰다. 당연히 월드컵 본선에서도 페루팀 스트라이커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8일 마약류인 코카인과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FIFA는 게레로에게 1년간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린 것. 이후 FIFA는 게레로의 징계 기간을 6개월로 줄였지만 이번에는 CAS(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가 발목을 잡았다. 월드컵 직전인 5월 ‘14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월드컵은 물론 내년 코파아메리카컵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올해 만 34세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명예 은퇴’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이었다. 게레로는 그러나 CAS를 상대로 소송까지 거친 끝에 ‘징계 효력 일시 정지’를 이끌어 냈고 가까스로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징계 이후 5개월의 실전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 1경기 덴마크전에서는 분전했지만 0-1로 석패했다. 특히 2경기 프랑스전에서 상대 골키퍼와 1대 1 단독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실망감이 짙어졌다. 하지만 게레로는 주저앉지 않았다. 호주전을 앞두고 더 큰 국민 성원을 호소하며 전의를 불태웠고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페루 국민 영웅’다운 진가를 발휘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게레로의 플레이는 지구 반대편에서 가슴 졸이며 지켜본 페루 국민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다.

축구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의 눈은 이미 다음 대회를 향하고 있다. 게레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승리는 페루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내년 코파아메리카에서 새롭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파아메리카는 내년 6월 14일부터 7월 7일까지 브라질에서 열린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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