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ㆍ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예상을 뒤엎고 원내 1당에 오른 데는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에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전격 영입된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이해찬ㆍ정청래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등 친문ㆍ친노에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삼고초려를 했던 문재인 대표는 “전권을 주지 않으면 맡지 않겠다”는 김 비대위원장 요구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시라”고 응했고, 끝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6ㆍ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수습에 나선 자유한국당에서 ‘김종인 모델’ 얘기가 나왔다. 당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26일 “혁신비대위원장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하며, 김종인 모델보다 더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에게 차기 총선 공천권을 부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조만간 영입될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들의 차기 총선 불출마 등 인적 청산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비대위원장에게 2년 후의 공천권을 준다는 것은 그때까지 비대위 체제가 계속된다는 것으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 친박계와 당내 중진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김 권한대행을 앞세운 복당파들이 친박계를 겨냥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무너진 당을 바로 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결국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의 사생결단으로 귀결될 판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공천 학살’에서 박 대통령 때의 ‘옥쇄 파동’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계파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보수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 ‘김종인식 비대위’가 출범한다 해도 이를 뒷받침할 리더의 부재가 큰 한계다. 김종인의 과감한 인적 청산 작업이 극심한 반발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의 보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각에선 지금의 사태가 ‘인명진 시나리오’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새누리당 수습을 위해 영입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인적 청산을 하려 했으나 친박의 조직적 방해로 실패했다. 벼랑 끝에 서있는 줄도 모르고 계파 싸움에 골몰하는 자유한국당은 더 무너져야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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