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102)]한ㆍ불 떠돌이 커플의 제주 정착기⑩

본격적인 장마철, ‘비가 오면 더 좋은 나만의 장소1’

에서 이어집니다.

사진 찍을 손도 부족한데 귀찮게 우산까지 든다? 신 문물인 비옷이 제주에도 있습니다. ⓒ 한용환

▦화순곶자왈 생태탐방숲길

서은주(자수공예가ㆍ 땡스네이쳐 아뜰리에 운영) 추천 / 무료 /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2045

천상의 별이 내 손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5월이면 이끼 사이로 때죽나무 꽃잎이 총총 박힌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비 오거나 흐릴 때 산방산이 남기는 풍경이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촉촉하게 물기를 품은 숲길을 걷는 상상을 하게 돼요. 그러면 가는 곳이 화순 곶자왈이죠.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나무와 식물들이 주는 청량하고 촉촉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셔요. 마지막 전망대까지 가뿐히 올라가게 된답니다. 그곳에선 안개와 구름을 품은 산방산이 눈동자를 가득 메워요. 그 아래로 소떼들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지죠. 특히 이곳은 때죽나무가 많아서 5월이면 ‘꽃비’를 맞으며 곶자왈을 탐방할 수 있어요. 안타깝게도 이건 내년을 노려봐야겠죠.

▦엉또폭포

이일영(바나나 농장 관리) 추천 / 무료 / 서귀포시 강정동

숲 속에 몸을 감춘 폭포는 비가 와야만 그 진가를 드러낸다. 빗속의 요정?!
반려견과 함께한다면 더 신명 나게 오를 나무 데크 길이 하늘로 쑥쑥.

비가 와야만 볼 수 있는 제주의 명물이 있어요. 그만큼 보기 힘들다는 희소성도 있죠. 바로 엉또폭포입니다. 비가 와서 어느 정도 물이 차야만 완성되는 폭포죠. 기암절벽 가운데 콸콸 쏟아지는 폭포수를 보노라면, 가슴까지 후련해져요. 나오는 길에 ‘엉또에 오셨다 가시니,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란 행복 주문도 꼭 담아 가세요. 참, 폭포 옆 귤 농장 안엔 무인 카페도 있어요. 여기 루프톱에선 바다가 펼쳐지고, 운 좋으면 마라도까지 볼 수 있답니다.

▦여미지 식물원

한용환(포토그래퍼) 추천 / 입장료 성인 1만원 /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9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식물은 다 모여!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내어주는 온실 @hyej.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식물은 다 모여!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내어주는 온실 @hyej.s

비가 와서 실내 여행지로 눈길을 돌린다면, 여미지 식물원은 어떨까요? 첫째, 완벽히 비를 피할 정원이 사막, 열대우림 등 기후와 테마 별로 마련되어 있어요. 둘째, 각 온실은 곳곳이 포토존입니다. 이국적인 식물 앞에서 ‘인생샷’을 건질지도 모르죠. 특히 나이 드신 부모님이나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는 기념사진 찍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 큰 창으로 좋은 풍경을 허락하는 카페를 가보세요.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시간을 흘려버리는 일, 그게 비 오는 제주를 즐기는 최고의 힐링법이니까요.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공예 공방

양시연 추천 / 체험 6,000~1만5,000원 / 서귀포시 이중섭로 33

그리든 문구를 적든 기억을 붙들어 매기. 깨지기 전까진 추억의 유통 기한도 없음!
내가 그려낸 접시에 담아낸 요리를 먹는 ‘소확행’의 시작. 인테리어용으로도 좋다.

새로운 제주 여행법으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선물을 마련하는 것도 좋겠어요. 아티스트 감성을 누리는 시간도 되겠죠. 이곳은 서귀포에서 유명한 이중섭 거리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공방이에요. 저렴한 가격에 도자기 페인팅을 즐길 수 있죠. 도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높은 온도로 구워낸 질 좋은 도기를 만날 수 있어요. 단 둘만의 컵을 만들고 싶은 커플에게도, 아이에게 뜻 깊은 여행이 되길 바라는 부모에게도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는 시간이 되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말에만 운영해 비 오는 평일엔 만나지 못한다는 것.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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