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고단한 삶을 받쳐주고 아플 때 의지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들은 아마도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긍지와 신뢰는 크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급격한 저출산ㆍ고령화와 양극화로 인해, 건강보험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난제들에 봉착해있다.

그 중 하나는 의학적으로 필요하나 재정 문제 등으로 인하여 확대 적용하지 못하고 있던 비급여의 급여화 등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 내용으로 주요 항목들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장성 강화는 필연적으로 의료수요를 증가시켜서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적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건강보험이 지속가능 하려면 의료지출을 통제하기 위해 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동시에 보험료 부과 대상 및 부과 소득의 폭을 넓히고, 부담능력 있는 국민들의 적정부담을 통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험제도의 개편을 지속해야 한다. 이번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통합 건강보험이 시행된 이래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에 관한 사회적 갈등과 비판이 지속되었다. 처음 10년 가량은 소득탈루가 심한 지역가입자들에 비하여 직장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낸다는 관점에서, 그 후 최근까지는 지역가입자들은 실직자, 저소득층이 대부분이고 소득도 없는데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잘못 되었다는 관점에서였다. 그러나 건강보험 통합 이후 18년이 지난 지금, 통합 당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50대 50정도였다면 지금은 72대 28정도가 되었고, 웬만한 소득을 갖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었다. 또한 현금영수증 제도와 신용카드 이용액 소득공제 제도 등의 시행으로 자영업자 소득파악률 역시 크게 증가했다. 그 동안 가입자간 형평성에 관한 갈등과 오해를 해소할 제도적 기반이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이번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의 주된 내용은 ▦직장가입자의 평균보수가 8년 여간 인상된 것을 감안하여 보험료부과대상 소득 상한선을 25%정도 증액하여 형평성 개선 ▦지역가입자에게 문제되었던 평가소득 보험료를 폐지하고, 재산 및 자동차 보험료 부담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지역가입자들이 체감하는 보험료 부담 완화 및 형평성 제고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강화하여 보험료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하여 보험료 부과 ▦직장가입자들 중 보수 외 소득보험료 부과 대상을 확대하고 부과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는 보험료부과체계 개편의 목표를 단순히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제고에 국한해서는 안되며 ‘재정적 지속가능성 담보’라는 보다 높은 단계의 목표를 향해 책임감 있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저출산과 고령화다. 2014년 건강보험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1인당 의료비가 그 밖의 인구 1인당 의료비의 4.4배이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건강보험재정에 큰 압박이 된다. 고령화로 인한 보험재정부족의 문제를 경제활동인구인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이웃 일본의 경험에서 입증된다. 일본의 국민의료비 중 국고 비중은 1960년 20% 상당에서 지속적으로 증가 양상을 보여 2008년 현재 37% 상당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행 보험료부과체계 개편안은 현 단계에서 시급한 사안에 초점을 맞춘 응급처방에 불과한 것이고 더욱 큰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그 방향은 물론 보험료의 형평성을 전제로 한 보험료 부과기반의 전면적인 개편과 사용자 부담률 제고, 그리고 국고지원 비중의 지속적 확대이다.

이찬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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