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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동물원 동물도 칭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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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동물원 동물도 칭찬이 필요하다

입력
2018.06.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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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동물원 사육사가 바다사자를 대상으로 긍정훈련을 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동물원 사육사가 바다사자를 대상으로 긍정훈련을 하고 있다.

요즘 개 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추천하는 훈련법은 ‘양성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다. ‘긍정 강화’라고도 불린다. 훈련자가 원하는 행동을 동물이 했을 때 동물이 원하는 것(먹이, 쓰다듬기, 장난감 등)을 주어 그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단 여기서 말하는 훈련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쇼’를 목적으로 하는 ‘조련’과는 다르다. 몰지각한 조련사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동물을 굶기거나 때린다. 동물은 신뢰 때문이 아닌, 학대를 피하려고 조련사가 원하는 행동을 한다.

반면 양성 강화훈련은 훈련자와 동물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동물원을 여행하며 사육사들이 이러한 훈련을 통해 동물을 관리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동물원에서 양성 강화 훈련이 보편화한 가장 큰 이유는 건강 관리 때문이다. 동물이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훈련하면 굳이 매번 마취를 안 해도 동물을 옮기고 치료할 수 있다.

미국 달라스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양상추를 이용해 하마를 훈련시키고 있다. 양효진 수의사 제공
미국 달라스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양상추를 이용해 하마를 훈련시키고 있다. 양효진 수의사 제공

미국 시카고주 브룩필드 동물원에 갔을 때 사육사의 동물 훈련 방법을 볼 기회가 있었다. 고릴라에게 체중계에 앉기, 구강 검사를 위해 입 벌리기, 임신 검진용 초음파를 댈 수 있도록 앞으로 배를 내밀기 등을 훈련했다. 고릴라는 사육사가 원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보상으로 땅콩을 받아먹었다. 오랑우탄 사육사는 나이 든 오랑우탄을 운동시키기 위해 자리 옮기기, 그네 타기 등을 훈련했다. 보상은 무가당 주스였다. 스프레이를 이용해 입안에 뿌려주니 맛있게 삼켰다.

훈련은 동물이 동물답게 자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어미가 동물원에서 태어나 양육 경험이 없는 경우 새끼를 잘 키우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인공 포육을 하면 무리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동물원의 사육사에게 훈련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한 이야기를 들었다. 암컷 오랑우탄 캘리는 어미 없이 자라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법을 몰랐다. 첫 번째 새끼가 결국 죽자, 두 번째 임신에는 사육사들이 캘리를 위해 양육 훈련을 했다. 먼저 오랑우탄 인형을 보여주고 이를 가슴에 댔다. 그리고 새끼가 우는 소리를 녹음해서 튼 다음, 젖에 인형을 댔을 때 울음소리를 껐다. 모유 수유하는 영상과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다. 캘리가 비슷한 행동을 하면 칭찬했다. 마침내 캘리는 두 번째 새끼를 스스로 훌륭하게 키웠다.

미국 스미소니언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양성 강화 훈련을 통해 바다사자의 체중을 재고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양성 강화 훈련을 통해 바다사자의 체중을 재고 있다.

올바른 훈련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신적 자극을 준다. 스트레스도 줄이고 다른 동물들과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예전에는 이 동물원들도 이런 훈련 방법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동시키려고 호스로 동물에게 물을 뿌리고 소리를 질렀을 거다. 무리에 적응하지 못한 동물들은 외로운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그래도 훈련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관행을 변화시키려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동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다고 믿는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동물원 큐레이터로 일하고, 오래 전부터 꿈꾸던 '전세계 동물 만나기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자연보호구역, 수족관, 농장 등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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