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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국에서 생각하는 미세먼지 문제

입력
2018.06.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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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 때, 1년 만에 중국 톈진(天津)을 방문해 지인을 만났다. 지난해 도착했을 때는 미세먼지가 낀 하늘이 밤하늘처럼 새까맸다. 지인은 “오늘은 이렇지만 내일 모두 동쪽으로 가니 이곳은 좋아지고 서울에선 난리가 날겁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다음날 한국 신문은 미세먼지 이야기로 어수선했다. 출발하는 날, 서울 하늘은 미세먼지가 뒤덮고 있었다. 지인을 보자마자 ‘어제 미세먼지 심했겠네요.’하고 말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뇨. 거의 없었는데요.”

시내로 들어가면서 지인의 첫 질문은 ‘많이 깨끗해졌지요?’였다. 그러고 보니 미세먼지가 줄었을 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한결 깔끔해졌다. “그러네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죠?” 지인은 중국 정부가 필사적으로 노력한다고 말했다. 난방연료를 석탄에서 가스로 바꾸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전기를 끊어서라도 가동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신문에서 본 지식을 토대로 한마디 했다. “오염물질 배출업소를 한국과 가까운 해안지역으로 옮기면서 중국은 좋아졌지만 한국은 그 탓에 더 심각해졌다면서요?”라고 물었다. 다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은 중국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독립성이 강하고 미래 지도자를 장(長)으로 임명합니다. 시진핑도 푸젠성장, 저장성장을 지냈지요. 야심만만하고 미래 권력인 그들이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명령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업소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마도,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전략을 잘못 이해한 것 같습니다. 이 전략은 베이징이나 톈진의 제조업체를 허베이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이지만 허베이 지방이 오염물 배출업소까지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2007년 리커창 총리가 소위 4불(不) 전략을 선언하면서 과다한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환경을 망치면서까지 경제성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확고한 국가목표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생태문명 건설 구상을 천명하고, 헌법 조문으로까지 명기하면서, 그 속도와 추진 강도는 훨씬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지방 성장들이 가장 중시하는 목표가 된 것이지요.”

실제 중국의 미세먼지는 분명히 줄고 있다. 톈진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7년 4월 한 달 평균 64㎍/㎥(이하 단위 생략)이었다. 금년 4월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53으로 서울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미세먼지는 제자리걸음(56)이었다. 연도별 수치는 분명히 우리에게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톈진은 2014년 이후 매년 확연한 감소 추세다. 2014년 87, 2015년 70, 2016년 69이다. 서울은 2010년 이후 40대 후반에서 횡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어 중국이 현재 속도로 개선된다면 2020년이면 서울은 톈진보다 못한 도시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하늘은 뿌옇게 흐린 것이 일상이 되고 있는데 우린 고비사막이나 산둥반도 탓만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중국이 빠르게 바뀌고 있으니 국가 간 문제라서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의 상황을 냉철하게 들여다보고 개선 노력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중국을 희생양으로 하기보다 후발 경쟁자로 생각해야 우리만 피해자가 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과 우리나라로부터 모두 바람이 불어오지만 외부 영향도 대처해야 할 변수로 놓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도쿄는 노디젤 정책을 강력히 시행해 일절 디젤차량이 도쿄 시내로 진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도쿄의 공기가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고 하늘도 파랗게 된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현듯 스치는 최악의 미래는 중국 탓만 하다 일본에 이어 중국의 하늘까지 파래졌는데 우리만 잿빛하늘 아래 살아가는 일이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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