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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대란 신호탄? 일반고 전환 진통에 특목고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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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대란 신호탄? 일반고 전환 진통에 특목고 술렁

입력
2018.06.2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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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제외고 자발적 신청

마땅한 대책 없는 자사고ㆍ외고

대부분 학생 감소로 재정 압박

올해부터 일반고와 동시 입시

진보 교육감 다수 재선으로

‘고교 개편 2라운드’ 위기 고조

부산국제외고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부모들이 25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일반고 전환 신청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비대위 제공
부산국제외고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부모들이 25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일반고 전환 신청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비대위 제공

2004년 개교한 부산국제외국어고는 26일부터 외고 체계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할지 여부를 따지는 특수목적고등학고(특목고) 운영심의위원회 심사를 받는다. 학교 측이 지난 4일 부산시교육청에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부담 ▦외국어고(외고)ㆍ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 입시 영향 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 신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3주가 넘는 기간 동안 학부모ㆍ학생들이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심했지만, 학교 측은 “철회 의사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25일 “정부 정책 기조가 워낙 강한 데다 부산국제외고는 지난해 모집경쟁률이 0.9대 1에 그치는 등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가 예견되면서 일찌감치 자발적으로 폐지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외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에 이어 같은 기조를 내세운 진보 교육감이 6ㆍ13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되면서 외고ㆍ자사고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11년 충북 중산외고가 일반고 전환 신청을 낸 이후 7년 만에 부산국제외고가 자발적으로 정부 정책 기조에 가담하면서 이들 학교가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인기가 높은 일부 학교를 제외한 다수 외고ㆍ자사고는 이미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 압박에 직면했다. 특히 올해부터 일반고와 이들 학교가 동시 입시를 치르게 돼 지난해 고교 입시부터 타격이 컸는데, 2014년만 해도 2.3대 1에 달했던 전국 31개 외고 경쟁률은 2018학년도에 1.4대 1로 급락했다. 서울 자사고(2018학년도 24개교 일반전형 경쟁률 1.29대 1)는 물론 전국 단위 자사고(경쟁률 2.01대 1)도 지원자 수가 지난해 대비 20%가량 떨어졌다. 특히 임기 중 외고ㆍ자사고 폐지를 언급했던 진보 교육감 다수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고교 체제 개편 2라운드’가 시작될 거란 위기감은 잔뜩 고조된 상태다.

하지만 강력한 정책 기조에 대응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이들 학교의 공통된 고민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고교 입시 판도가 불확실한 데다 현재 35명 수준인 자사고 학급 당 학생 수를 33명까지 줄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불안한 학생ㆍ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입학 설명회 빈도를 늘리려고 해도 재정부담 때문에 쉽게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서울 자사고 관계자도 “내년부터 자사고, 외고를 대상으로 차례로 진행되는 재지정 평가에 미리부터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일반고 전환 학교에 3년 간 6억원 지원’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큰 유인이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게 이들 학교의 주장이다. 정부의 지원보다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자사고와 사립 외고의 경우 일반고로 전환하면 기존 학생들이 대거 전학을 택하면서 재정에 구멍이 날 수 있고, 새로 지은 기숙사 등 건물이나 교사 인건비도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자사고에서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서울 미림여고에 따르면 일반고 전환한 첫 해인 2016년에 2ㆍ3학년 학생 중 120명 정도가 전학을 갔고, 손실 비용 30억여원을 학교법인이 2년에 걸쳐 메워야 했다. 김강배 전국외고교장협의회 회장(서울외고 교장)은 “외고의 경우에는 일반고와 다른 교육과정 때문에 교사 구성도 다른데, 일반고로 전환하면 기존 교사를 함부로 내보내거나 데려올 수도 없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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