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오늘 스티브 포세트가 열기구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착륙했다.

미국의 백만장자 모험가 스티브 포세트(James Stephen Fossett, 1944~2007)가 ‘자유의 정신(Spirit of Freedom)’이라 이름 붙인 10층 높이 열기구로 지구를 한 바퀴 돈 뒤 2002년 7월 2일 심야에 호주 퀸즈랜드에 착륙했다. 6월 19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 노섬(northam)을 출발한 지 13일여 만에 지구(둘레는 4만75km)를 세계 최초로, 단독으로 멈춤 없이 일주(3만3,195km)한 거였다. 그가 수립한 기록과 모험은 그 일 앞뒤로도 즐비했다. 2006년 당시로선 최초인 무급유 논스톱 단독 일주비행을 감행하는 등 그가 열기구와 (경)비행기, 보트 등으로 세운 기록은 BBC에 따르면 116개에 이른다. 그 중 60여 개는 아직 건재하다.

테네시 주 잭슨 시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그는 유년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며 등산에 입문, 13살에 최고등급인 이글스카우트가 됐다.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앨커트래즈 해협을 수영으로 횡단, 섬에 상륙했다가 경비에게 붙들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66년 대학을 졸업하고 68년 MBA(워싱턴대)를 딴 뒤 IBM을 거쳐 시카고 메릴린치에 입사해 10여 년 간 주식ㆍ선물 시장을 익혔고, 80년 ‘라코타 트레이딩’과 ‘마라톤 증권회사’를 설립해 갑부가 됐다. 그 사이에도 휴가 때면 알래스카 개썰매 경주(Iditarod Dog Sled Race, 85), 르망 자동차경주대회(96) 등에 출전했고, 스위스 마테호른과 탄자니아 킬리만자로를 등반했다. 그가 오른 굴지의 난봉(難峯)만 400여 개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스카우트 출신이면서도 팀 스포츠는 싫어했고, 스스로 판단컨대 혼자 감당하는 끈기와 지구력이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앞서 가장 멀리, 또 빨리, 날고 달린 사람이 되겠다는 집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에겐 그 욕망을 채우는 데 부족하지 않은 돈과 용기가 있었다.

2007년, 63세의 그는 제트엔진을 장착한 자신의 차로 지상 최고 시속 기록을 달성하고자 경비행기로 네바다 사막의 주로(走路) 탐색 비행에 나섰다가 실종됐고, 2008년 법원에 의해 사망 판정이 났다. 그의 기체 파편과 유해 등 일부는 2008년 9월 발견됐다.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주 정부와 유족이 벌인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이 그가 남긴 마지막 기록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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