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아동 집단 실종사건이 1284년 오늘 발생했다. 1902년 석판화.

1284년 6월 26일, 하멜른(Hameln)의 아이들이 쥐 잡이 사내의 피리 소리에 이끌려 집단 실종됐다. 그날이 4세기 로마의 두 성인(Saint John and Paul)의 추도일이어서 어른들이 죄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바람에 참극을 제지하지 못했다는, 이를테면 알리바이로 추정된 날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마을 시장과 주민들이 들끓는 쥐떼를 소탕해 주는 이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정작 한 떠돌이 사내가 피리의 마법으로 쥐들을 강으로 유인해 몰살시키자 보상금은커녕 그 사내를 마을에서 내쫓아버린 게 사건의 발단. 사내는 그 보복으로, 이날 마을에 들어와서는 똑같은 방법으로 130명의 아이를 이끌고 영영 종적을 감췄다.

독일 니더작센 주 베저(Weser) 강가의 작은 도시 하멜른은 현재 인구도 6만명 안팎이니, 마을 아이들 거의 전원이 하루 아침에 실종된 거였다. 그 이야기가 마을 연대기에 기록됐고, 1300년 무렵 하멜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17세기에 파손됐지만, 그걸 묘사한 그림은 지금도 남아 있다.

이야기가 세월을 두고 전승ㆍ변형되고 괴테를 비롯한 여러 작가와 학자가 다양한 버전으로 끊임없이 개작되면서 낡지 않은 까닭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전설도 그 안에 역사적 사실이 핵처럼 존재한다고 여겼던 서양 중세 사학자 아베 긴야의 통찰처럼, 이야기 안에 13세기 중세 유럽의 다양한 단면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흑사병과 기아, 십자군 원정과 몽골의 침략, 대규모 이주ㆍ이민과 아동 노예 수출···, 거기에 유랑민 등 타자의 배척과 노동하지 않는 자에 대한 멸시. 선악의 이분법에 묶이지 않는 번드러운 서사와 미스터리처럼 열려 있는 결말도 싱싱함의 비결일 것이다. 다층적인 역사적 해석과 더불어, 상반된 교훈을 도출할 수도 있는 여러 버전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도 창작되고 있을지 모른다.

떠돌이 사내를 쫓아냈던 선조들과 달리 근년의 하멜른 시민들은 매년 6월 26일을 ‘쥐 잡이의 날(Rat Catcher’s Day)’로 정해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를 벌이며 이방의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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