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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권력은 어떻게 나누어지는가

입력
2018.06.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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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원시사회에서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규칙이란 것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본능적 욕구가 있고, 필연적으로 그 욕구들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규칙을 넘어 잘못된 이익을 추구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면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 물리력을 갖춘 기능이 출현한다. 경찰의 탄생이다. 그리고 경찰은 16세기 절대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커다란 권력으로 성장한다.

공동체에서는 구성원 간 이익의 충돌이 생겼을 때 조사하여 서로의 잘잘못을 가려주는 역할이 필요했다. 씨족사회에서는 마을의 장로들이 그러한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왕권국가가 성립되면서 그 권한은 왕과 영주들이 행사하고 마을의 장로들은 배심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영국의 커먼로를 기초한 헨리 2세 때를 즈음하여 관료로 구성된 전문재판관들이 양성되고 각 영지에 파견되어 재판권을 행사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왕의 이름을 빌어 권력을 쌓아간다.

비대해진 두 권력들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시민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재산을 뺏기 위해 누명을 씌우기도 하고 소추하고 감금하기도 하였다. 반면, 그 즈음 시민들은 근대 계몽주의에 의해 권리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권력은 시민이 계약을 통해 군주에게 위임한 것이며, 권력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결국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경찰과 법원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이라는 조직을 만들어낸다. 법원이 가지고 있던 수사 및 형사소추권, 그리고 경찰권의 일부를 검찰이 행사한다. 기존의 경찰과 법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권력의 균형추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검찰에게는 점점 더 많은 힘이 주어진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검찰 역시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정치화하고 권한을 남용하였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영국의 역사철학자 액튼 경의 이야기가 와 닿는 역사의 흐름이다.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핵심적인 것은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어 경찰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물론 검찰에 기소권과 함께 부패, 선거 등 특수사건에 대한 직접수사권 그리고 보완수사요구권 등을 남겨두었다. 견제와 균형을 위한 것이지만 이러한 배분이 시민적 정의와 인권에 충실히 기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서는 그간 여러 가지 의견들이 제시되어 왔다. 현재의 안을 포함하여 검찰이 수사지휘권과 기소권만을 갖는 방안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상대방과의 이익조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모든 일에서 최선은 달성하기는 어려우며, 대부분 차선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에서 다소 미흡하나마, 양자합의에 의한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하여 독재의 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경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우려의 핵심은 첫째, 인권침해의 가능성은 없는가. 둘째, 경찰이 외부의 청탁과 압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셋째, 권한행사의 투명성은 확보되어 있는가이다. 이번 제도개선의 핵심이다.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고 수사경찰에 대해서는 투명한 절차와 엄격한 외부감시·감독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법적 측면에서 국가수사본부의 독립성을 포함한 거버넌스의 구성이다. 수사가 정치나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어야 비로소 사법적 정의가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서 보건대, 강해진 권력은 통제하기 어려우며 통제되지 않은 권력은 남용되었다. 새롭게 재편되는 수사권이 남용되지 않고 국민의 권리보호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마무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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