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초동 단계부터 신속 긴밀 협력
묻힐 뻔한 사건 해결 사례 많아
수사 누가 맡을지 다툼 여지
대형사건서 공조 우려 목소리도
게티이미지뱅크

“미제 사건이 늘 수 있다” “대형 사건 대응이 늦어진다” “억울한 죽음이 생길 수 있다”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실행되면 양 기관 협업이 줄어 자칫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때 필요한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수사가 미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 실무 세부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국회의 책임이 무거워질 전망이다.

22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초동 단계부터 검경의 신속한 협력이 필요한 사건 수사에서 검사가 배제됐을 때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긴밀한 협력 덕에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을 해결한 과거 사례는 다수 있다.

2016년 6월 강원 춘천시에서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을 추월하며 약 올린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고 달아난 사건이 그렇다. 당시 경찰은 극히 적은 단서만으로 차량번호판을 특정하고 A씨를 용의자로 의심했다. A씨 사진을 본 피해자와 목격자도 가해자라고 지목했지만 A씨는 “사건 발생 당시 택시를 타고 있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검찰에 A씨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담당검사는 A씨의 알리바이 확인을 위해 신속하게 폐쇄회로(CC)TV 영상 재확인 등 보강 수사를 지휘했다. 결국 A씨와 매우 닮은 진범이 붙잡혔다. 경찰이 검사와 논의하지 않고 CCTV 보관 기간을 넘겼다면 증거 없는 영구 미제가 될 수도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도 적절한 검사 지휘가 없었다면 성명불상으로 처리돼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남을 뻔 했다.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행려자로 보고 화장 처리 후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했지만, 검사는 부검과 유전자 감식을 지휘해 유 전 회장의 사망을 확인했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이 긴밀히 협력해 해결이 가능했던 사건”이라며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면 양측이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정안의) 미세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안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으로 일부 죄명을 나열한 것도 구멍이 될 수 있다. 언급되지 않은 범죄를 누가 맡을지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다. 예컨대 검찰 직접수사에서 빠진 변사의 경우 단순 사망으로 판단됐던 사건이 검찰 지휘로 살인 사건으로 결론이 바뀐 경우가 적지 않다. 2015년 신모(24)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여동생을 독살한 사건 초기 경찰은 유족인 신씨 말만 믿고 타살 혐의가 없다고 판단,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검사 지휘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겨 청산가리 중독이라는 결과를 받아낸 경찰은 앞서 사망한 아버지도 신씨가 살해한 사실까지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하다 보면 추가 혐의가 드러나는 게 태반인데 검찰 직접수사 사건 중 대상 외 범죄사실이 나왔을 때는 경찰에 송치해야 하나 의문이 든다”라며 “특정 죄명을 입법화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쇄살인이나 대테러 사건, 밀양 화재 및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등 대형 사건은 검찰과 경찰이 현장에서 같이 수사해야 사고 원인 및 관련 법리 적용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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