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101)]한ㆍ불 떠돌이 커플의 제주 정착기⑨

비가 온다. 어떻게 낸 시간인데, ‘폭망’했어. 보일락말락 하던 푸른 하늘 뒤로 다시 먹구름이 엄습하고 이내 추적추적…. 제주 날씨만큼 변덕스러운 것도 없다. 비를 뿌리다가 새침하게 개고, 흐렸다가도 환하게 햇살이 비친다. 바야흐로 장마철, 날씨와의 ‘밀당’ 속에서 비가 와서 더 좋거나 비를 피해 더더욱 좋은 곳을 4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제주 주민들이 추천하는 ‘나만의 힐링 장소’다.

▦알작지 해변

표선 ‘감성국수’ 대표 허태광 추천 / 무료 / 제주시 테우해안로60

몽돌 크기가 얼굴만 한 것도 있다. 얼굴 가리고 ‘인증샷’ 한 컷! @traume21

쏴~ 데굴데굴···. 혹시 비 오는 날 몽돌(모나지 않은 둥근 돌) 소리 들어보셨어요? 저는 제주공항 근처 알작지 해변을 추천해요. 제주에서 유일하게 몽돌이 해변을 뒤덮고 있죠. 파도와 비에 부딪히는 몽돌 소리는 자연이 주는 음악 선물이랍니다. 때로는 묵힌 마음까지 씻겨내는 기분이 들어요. 제주 물 때를 확인하고 간조(물 빠짐)에 잘 맞춰 가면 더 많은 몽돌을 볼 수 있어요. 비가 온다고 꼭 실내로 가는 고정관념은 깨버리시길. 편의점에서 우의 하나 사서 제주의 숨은 매력을 발견해 보세요.

▦금산공원(납읍난대림지대)

포토그래퍼 정익환 추천 / 무료 /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1504-4

숲은 비 올 때 특히 가슴을 더욱 벅차게 하는 제주식 처방전이다.

다들 그런가요? 신기하게도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이면 숲길을 걷고 싶어져요. 집 근처의 이곳을 알게 된 것도 그 이유였죠. 금산공원은 납읍리 마을 안쪽에 있어요. 올레길 15코스가 통과하는 곳이기도 하죠. 산책로를 따라 상록수림이 울창한 숲이 이어집니다. 종가시나무, 팽나무 등 곱게 이름표를 단 나무들이 곶자왈처럼 우거져 적당히 비를 피할 수 있어요. 만일 바람까지 심하게 부는 날이라면 이곳에 잠시 서서 지휘자의 기분도 내보세요.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니까요.

▦카페 닐스

자수공예가 서은주 추천 / 핸드 드립 커피 5,000원 / 제주시 한림읍 금능길 44 / 064-796-1287

제주 농가주택 안에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빈티지 카페.
흐린 날에도 풍경이 끝내주는 금능해수욕장. 비양도를 바라보며 가슴을 맑게 다스리기.

전 제주 입도 후 제주도의 자연을 모티브로 삼아 자수를 놓고 있는데요, 비 오는 날이면 왠지 이곳이 끌리게 돼요. 뭐랄까, 추적추적 물방울이 세상을 물들일 때면 마치 일본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거든요. 흐린 금능해수욕장을 한 바퀴 산책하고 이곳에 앉아 따뜻한 드립 커피를 주문합니다. 자수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곤 해요. 참, 담쟁이로 뒤덮인 주방의 커다란 창문에 시선을 내어주세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운치가 있거든요.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하바나블루스’ 대표 차희준 추천 / 제주현대미술관 입장료 성인 2,000원 / 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5

인적이 드문 편에 속하는 마을. 개인 갤러리 외부는 숲 옆 오픈 갤러리 형식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기에, 여행지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아요. 대부분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추천하게 되죠. 한경면 중산간에 있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도 이와 같은 궤에요. 자연과 갤러리가 하나의 작품처럼 꾸며진 마을이죠. 제주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서양화, 조각 등 여러 예술가의 개인 갤러리도 들를 수 있어요. 내친김에 이곳이 포함된 올레 13코스를 걸어보거나 저지 오름과 세트로 즐기기에도 좋아요. 저지 오름에서 구름 수염을 단 한라산을 본다면 행운아! 우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만끽하며 소소한 산책의 기분을 내보세요.

▦유람위드북스

뮤지컬 제작PD 김현종 추천 / 아메리카노 5,000원 / 제주시 한경면 홍수암로 561

문을 열자마자 복층 구조. 앉거나 눕거나 기대거나, 각양각색 독서 자세가 가능하다.
비 오는 날엔 역시 창가 자리가 명당!
끝없이 주문을 거는 카페.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평화.

아마도 첫인상은 “여기에 진짜 카페가 있어?”일 거예요. 조용한 시골 마을 안쪽에 있죠. 사뭇 평범해 보이는 외관인데 문을 열면 눈이 휘둥그래집니다. 좌우 복층 형식의 실내가 책으로 가득한, 제주 속 제주로 손꼽을만해요. 벽 곳곳에 새겨진 문구는 가슴을 제대로 울려 버리죠. 가슴에 문구를 새긴 채 큰 창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볼 때면···. 이게 바로 제주식 무아지경이랄까요? 무엇보다 시간 제한 없이 종일 즐길 수 있어요. 스태프가 눈치를 줄 사정거리(!)에 있지도 않고요. 귀한 만화책도 탑재하고 있으니, 비 오는 참에 책 한 권 떼기에 도전!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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