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여행작가 정꽃보라ㆍ꽃나래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4년마다 응원차 원정
첫 책은 2012년 런던 여행기
계절 변화까지 담아 ‘출판가 대세’
“여행하며 일할 수 있어 행운”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 스웨덴전 응원차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을 찾은 정꽃나래(왼쪽)ㆍ꽃보라 작가. 카잔을 방문해 한국 대 독일 전을 응원하고 7월 초에 귀국할 예정이다. 정꽃나래씨 제공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 4만5,000석 중 어제 4만2,300명이 들어왔대요. 스웨덴 응원단이 3만명, 한국 응원단이 1,500명(웃음). 온통 노란색 물결이라 정말 한 번도 안 쉬고 응원했어요. 경기 전날 한국 응원단 몇몇 분들이랑 ‘끝나고 뒤풀이 하자’고 했는데 져서 그런지 아무도 연락 안 하시더라고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대한민국-스웨덴의 경기 하루 뒤인 19일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4년마다 응원 차 원정 길에 오르는 쌍둥이 여행 작가 정꽃나래, 정꽃보라(34)씨다. ‘프렌즈 도쿄’·‘프렌즈 홋카이도’(중앙북스), ‘오키나와 셀프 트래블’(상상출판), ‘오사카 교토 여행백서’(나무자전거) 등 4년 간 6권의 여행서를 출간하며 ‘대세 작가’로 떠오르고 있다. 일찌감치 5월 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난 두 사람은 ‘각자 여행’을 끝내고 16일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다시 만났다. 꽃나래씨는 “월드컵 응원 여행을 하면서는 책 쓴 적은 없다. 올림픽, 아시안 게임 원정 응원도 해봤지만 축구만큼 우리 가슴을 뛰게 한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두 사람의 전문 지역은 일본이다. 언니인 꽃보라씨가 스무살에 일본 메이지(明治)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2년 후 동생 꽃나래씨도 조치(上智)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각각 IT엔지니어(후지쓰 본사), 통번역가로 활동했지만 동생 꽃나래씨가 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평탄했던 일본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꽃보라씨는 “동생이 극도로 무기력해지면서 좋아하던 여행도 거부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원래대로 되돌려보려고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 일본 연금을 모아 2년여 간 세계를 여행했다”고 말했다. 세계 여행을 떠나고 1년이 지나고 꽃나래씨는 학창시절 꿈이었던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고 언니에게 고백했고, 꽃보라씨는 “혼자서는 힘들 수도 있으니 1,2년만 돕겠다”며 카메라를 들었다.

정꽃나래, 꽃보라 작가가 쓴 여행서들. 일본 지역 여행서 3권을 추가로 계약한 정씨 자매는 워킹홀리데이로 떠난 호주를 꼭 여행 책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자매가 함께 쓴 첫 책은 일본이 아니라 영국 런던에 관한 여행서다.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 광팬이었던 두 사람은 2002 한일월드컵을 응원하며 ‘앞으로 모든 월드컵은 개최 도시에서 관전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월드컵 개최 1년 전부터 여비를 모아 응원을 떠났다. 2012년 세계 여행을 시작하며 프리미어 리그를 직접 보기 위해 몇 개월씩 영국에 머물기도 했다. “언니는 아스날, 저는 리버풀을 좋아하죠. 그럼 런던을 베이스캠프로 하자고 합의하고 2015년까지 ‘간헐적 런던 생활’을 했어요.”(정꽃나래) 첫 여행서 지역을 런던으로 확정하고 꽃나래씨가 책 목차와 기획안을 짰다. ‘행동파’ 꽃보라씨가 기획안을 수정해 출판사 네 곳에 투고, 세 곳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낸 첫 책이 2015년 출간한 ‘런던 여행 백서’(나무자전거 발행)다. 첫 책을 내고 나니 집필 제안이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두 사람의 이력 때문인지 하나 같이 일본 도시에 관한 여행서를 써달라고 했다고.

두 사람의 공동 집필은 철저히 분업으로 이뤄진다. 동생인 꽃나래씨가 구성과 글을 담당하고 언니인 꽃보라씨가 사진을 찍는다. 공동 필자 이름에 동생인 꽃나래씨의 이름을 먼저 쓰는 이유다. 꽃나래씨는 “목차를 선정하는 기간이 아주 길다. 거의 모든 매체를 총 동원해 자료를 조사한다. 일본 여행 웹사이트, 서적, 잡지를 기초로 1차 조사를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요즘 화제가 되는 명소를 찾는다. 3~6개월 취재하는데 계절 변화가 뚜렷한 곳은 되도록 사계절 모든 시기에 방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획부터 인쇄까지 한 권의 여행서가 나오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1년. 꽃보라씨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하려고 가장 좋은 계절에 명소를 찾는데, 그만큼 멋진 절경을 눈으로 접할 기회가 많다”고 덧붙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부스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정꽃보라(왼쪽) 꽃나래 작가. 평소 기념 사진을 잘 찍지 않지만 월드컵 부스에서는 꼭 사진을 남긴다. 정꽃나래씨 제공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 정보 잘 찾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가능하다면 현지 여행가이드가 진행하는 여행 투어에 참가해보라. 현지 서점에서 영어 가이드북을 사보는 것도 방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맛집을 찾을 때 저희도 구글맵을 봅니다. 검색창에 ‘coffee’나 ‘lunch’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주변 맛집이 뜨는데 5.0점 만점에 4.0이상이면 가볼만한 집이죠. 현지인이 영어로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 ‘Culture trip’도 추천합니다.”(정꽃나래)

아무리 ‘대세 작가’라고 해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매년 갱신하는 국내 출판시장에서 인세만 받으며 취재비가 어마어마하게 드는 여행서 집필을 계속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꽃나래씨는 “작가 3년차까지 저희가 벌었던 돈을 다 취재에 들였던 것 같다. 4년째부터 인세로 취재비가 충당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노마드워커’로 살고 있지만, 여행하면서 일도 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정꽃나래)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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