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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주류(酒類) 산업 규제 폐지ㆍ완화 검토를

입력
2018.06.22 18:4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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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입맥주 4캔에 5,000원, 역차별에 우는 국산맥주’ 제목의 보도가 있었다. 수입맥

주 점유율이 점점 커지고 불합리한 규제로 국산맥주가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내용이다.

주류(酒類) 산업에는 시장 진입, 원료 수입, 제조 및 유통, 판매가격 결정 등 전 과정에 매우 엄격하고 많은 규제가 있다. 그로 인해 경쟁압력 및 소비자선택 부족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류 제조업을 시작하려면 주류 종류ㆍ제조장별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원료인 주정의 수입ㆍ구매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신규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할 만큼 진입 장벽이 매우 높고 그 결과 경쟁압력도 부족하다. 공정위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맥주 제조는 상위 3사 점유율이 99.7%로 장기간 독과점체제가 유지되는 시장이고 경쟁압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쟁촉진 시책이 필요한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소주의 경우 지방소주가 있으나 자금력 열세 등으로 대부분 사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는 대기업에 인수되는 등 사실상 전국 단위 2~3개 사업자에 의한 독과점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주류는 통상 도매상을 거쳐 유통되는데, 종합주류도매상(현재 약 1,200개)에 대한 신규 허가가 사실상 안 되고 있어 도매 경로로의 접근을 위해 제조업자가 도매상에 불법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 또 도매상이 수익성이 낮은 전통주의 취급을 꺼려서 전통주의 유통경로 접근이 매우 어렵다. 주류 제조업자는 판매가격을 신고해야 하지만 사실상 사전승인제로 운영되고 있어 자유로운 사업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소매상은 구입가격 이하로 판매가 금지돼 가격할인이나 경품제공도 제한되고 구입가격이 불확실한 수입맥주와의 관계에서 불리하다.

주류산업 규제가 엄격하고 많은 것은 주세가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국민 건강과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추가적인 규제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류산업 규제는 여러 시장환경 변화로 인해 이제는 전면적인 폐지 내지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우선 세수 확보를 위해 엄격한 규제를 유지할 필요성이 매우 낮아졌다. 주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대에는 20% 수준이었으나, 1980년대에는 5% 수준으로 낮아졌고, 2015년에는 1.4%에 불과하다. 또 세원 관리의 전산화가 매우 잘되어서 탈세 가능성도 낮아져 주류를 다른 음료나 공산품과 달리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성도 많이 사라졌다. 국내 주류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규제 개혁 필요성이 매우 크다. 국산 주류산업은 수입맥주ㆍ와인ㆍ사케ㆍ보드카 등 수입주류의 증가로 계속 위축되고 있다.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2.8%에서 2015년 8.4%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산 위스키 제조는 사실상 없어졌으며, 전통주 판매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1인 가구 및 여성 음주의 증가, 고령화로 인한 음주인구 감소, 폭탄주 등 고위험 음주의 감소, 맥주ㆍ와인 등 저도주 소비의 증가 등 음주 문화의 변화도 주류 관련 규제의 전면 재검토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제 세수확보를 위해 도입된 종전 규제는 필요 최소한으로 축소ㆍ폐지하고 청소년 및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규제는 유지하거나 합리화하되, 위축되고 있는 국내 주류산업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편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맥주ㆍ소주의 신규 진입 허가, 주류 도매상의 신규 면허 확대, 제조업자의 유통경로 선택권 확대, 주류의 제한적인 할인판매 허용 등, 주류의 생산 및 유통 과정의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폐지ㆍ완화해야 한다. 또 골목상권 보호방안의 하나로 대형마트의 일부 주류판매 제한 등 주류소매 면허제도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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