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궐련형 전자담배로 불리는 가열담배 유해성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고 홍보하는 담배회사와 가열담배가 덜 유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학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가열담배 판매량은 날로 늘고 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판매 중인 가열담배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타르는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 KT&G의 릴 3개 중 아이코스와 릴 2개가 일반 담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반 담배보다 적은 수준이었지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도 검출됐다.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해외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열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며 “가열담배도 일반 담배처럼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필립모리스는 즉각 반박했다. 식약처의 타르 측정 방법에는 오류가 있으며 타르 수치만으로는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 내 연구진이 미국 성인 흡연자 984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조사한 결과 일반 담배에서 아이코스로 전환한 흡연자들이 금연한 사람들과 유사한 신체 변화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담배회사와 소속 연구원, 담배회사의 지원을 받은 학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문가는 유해물질 검출량이 일반 담배보다 적다 해도 가열담배의 건강 위해성이 낮다고 말하긴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유해성분이 다소 줄었다고, 건강을 덜 해친다고 결론 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가열담배와 일반 담배의 차이점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가열담배는 말 그대로 태우지 않고 가열해서 피우는 담배다. 그래서 영어로 ‘가열한 담배(heated tobacco)’ 또는 ‘태우지 않고 가열한 담배(heat-not-burn tobacco)’라고 쓰며 ‘전자담배(electronic cigarette)’와는 구별한다. 가열담배는 전자기기를 사용해 담배 내부나 외부에서 섭씨 250~350도의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증기를 뽑아낸다. 일반 담배가 담뱃잎을 600~800도의 불로 연소해 연기를 발생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니코틴을 충분히 뽑아내기 위해 가열담배는 수분 함량이 높은 담뱃잎을 사용하고 글리세린, 구아검, 셀룰로스 섬유 등 첨가물도 더한다.

담배 연기를 구성하는 물질은 니코틴과 수분, 타르 3가지로 나뉜다. ‘전체 에어로졸 잔여물(Total Aerosol Residue)’의 머리글자를 딴 타르는 아스팔트 원료인 타르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특정 물질이 아닌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잔여물의 총합을 가리킨다. 다만 저타르 담배가 고타르 담배보다 유해성분이 더 많을 수 있어 타르 수치가 반드시 유해물질의 양과 비례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타르가 어떤 물질들로 구성돼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담배에서 나오는 물질은 7,00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가열담배를 피우면 일반 담배와 별 차이가 없는 양의 니코틴을 지속해서 흡입하게 되고 이는 흡연 의존증을 높이며 심혈관계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동재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니코틴을 과량 흡입할 경우 신경계 영향을 끼쳐 호흡곤란 마비 의식 곤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혈관 질환과 심근경색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가열담배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타르나 유해물질의 양에 대한 해외 연구 결과는 다소 엇갈린다. 중국 국립담배품질감독시험센터는 올 초 연구용 표준담배 3R4F(타르 9.4㎎)와 아이코스의 니코틴, 타르 배출량이 거의 같다고 발표했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 분석 결과에서도 가열담배 타르 양은 일반 담배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러나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보건의료과학원(NIPH)은 아이코스의 타르 배출량이 3R4F의 39%, 저타르 연구용 표준담배 1R5F(타르 1.67㎎)의 51%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또 미 식품의약처(FDA)도 비공식 시험에서 아이코스가 3R4F보다 타르 배출량이 39.6%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해물질에 대한 분석도 연구기관별로 차이가 컸지만 일반 담배보다 가열담배가 훨씬 적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일산화탄소, 아세트알데하이드, 벤젠 등 대부분 유해성분은 가열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80%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분석에서도 벤조피렌, 벤젠, 일산화탄소 등은 가열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90% 이상 적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 흔히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유해성분의 수치에 비례할 것이라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독성 물질의 양과 건강을 해치는 정도가 비례하진 않는다”며 “하루에 담배 한 개비를 피운 사람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것에 비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몇 배는 늘어나지만 한 갑을 피운다고 한 개비를 피우는 것보다 발병 가능성이 20배 늘어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부 유해성분은 가열담배에서도 적지 않은 양이 검출되고 심지어 더 많은 양이 나오기도 한다.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스위스 베른대학의 레토 아우어 박사팀은 아이코스의 증기에서 합성원료와 살충제 원료인 아세나프텐이 일반 담배의 3배 수준이나 배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알려진 유해성분 외에 가열담배 증기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담뱃잎을 태울 때 나오는 성분과 불완전 연소 방식으로 가열했을 때 나오는 성분이 크게 다를 수 있다. 이번 식약처 분석결과 발표에 참여한 시험분석평가위원장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교수는 “일반 담배만큼의 타르가 나온다는 건 일반 담배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된 유해성분 외에 다른 유해성분들이 많이 있다는 뜻”이라며 “가열담배에서 어떤 유해성분이 나오는지 아직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으니 가열담배가 덜 유해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WHO는 가열담배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엔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않으며 가열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FDA도 아이코스 흡연이 덜 위험하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일부 유해성분이 일반 담배보다 적다 해도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가열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청소년 흡연을 비롯해 흡연 인구를 크게 늘릴 가능성이 있으며 간접 흡연의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한다. 대다수의 가열담배 흡연자가 일반 담배 흡연을 병행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흡연자의 건강에 더 큰 해를 끼칠 위험도 있다. 조홍준 교수는 “흡연자 개인에 한정해 가열담배의 위험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간접흡연, 청소년 흡연, 금연 의지 저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 전체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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