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푸드 스토리] 더 아삭하게 더 건강하게, 우리집 여름김치를 부탁해~

입력
2018.06.30 04:40
15면
0 0
아삭하고 청신한 여름 김치는 여름철 집 나간 식욕도 돌아오게 만든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삭하고 청신한 여름 김치는 여름철 집 나간 식욕도 돌아오게 만든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설재배와 김치냉장고의 이로움 덕분에 김장의 의미도 많이 바랬다. 비타민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매일 꾸준히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을 가진 한국에선 비타민의 보고인 채소와 과일을 겨우내 먹기 힘들었고, 그래서 지혜롭게 발달시킨 것이 김장 문화다. 겨울의 혹한이 찾아와 채소가 모두 자취를 감추기 전, 늦가을에 채소를 있는 힘껏 끌어 모아 저장성 좋은 형태로 가공해두고 겨울을 나는 것이 김장의 요지다.

하지만 김치의 본래 의미는 김장과 좀 다르다. 철마다 나는 채소를 더 맛있게 탈바꿈시켜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김치다. 특히 채소를 저장할 필요가 없어진 지금에 이르러선 김치를 바라볼 때 맛에 더욱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나 식욕이 둔감해지는 여름철엔, 여름 김치가 해답이다. 여름 김치는, 정의하자면 여름철 많이 나는 채소들을 이용한 샐러드다. 양식 메뉴인 샐러드보다 접근도 용이하다. 매일의 한식 밥상에 어우러지게 올릴 수 있는 ‘한국식 샐러드’라 하겠다.

 무쳐서 바로 먹는 아삭한 여름 김치 

겨울 김치와 여름 김치의 차이는 김장김치와 배추겉절이만큼의 차이다. 여름 김치의 공통점은 싱싱함과 청신함에 있다. 젓갈을 과하게 쓰지 않고, 간간하게 간을 봐 맑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국물을 자작하게 내 시원함도 얻는다. 채소의 풋내는 가라앉히고, 싱싱하고 짭짤한 맛은 살린다. 여름 김치는 오래 저장하지 않고 손쉽게 담가 먹는 것이 요점이다. 재료가 무르거나 삭기 전에 빨리 먹어 치워야 하기 때문에 발효시킨 김장김치의 묵은 맛과 대척점에 있다. 무쳐서 바로 먹거나, 하루 이틀 빠르게 익혀 먹는다.

여름 김치의 대표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열무김치. 아삭하게 터져나가는 여린 열무줄기는 기분 좋은 청량감을 준다. 맑은 김칫물을 자작하게 만들어 촉촉하게 먹거나, 살짝 양념해 겉절이처럼 무쳐 익히거나. 또 하나의 대표주자로는 오이소박이가 있다. 호리호리한 토종 오이에 길게 셋으로 칼집을 내 짭짤하게 소를 채워 넣어 만드는데, 오이의 몸집이 커진 요즘은 네 쪽을 내, 안에 속을 채워 익힌다. 꼭 소박이만 하라는 법도 없다. 한 입 크기로 잘라 깍두기처럼 담그면 먹기도 편하다. 오이송송이라는 예쁜 말로 부른다.

간간한 나박김치는 겨울의 동치미와 시원함의 수미쌍관을 이룬다. 동치미는 겨울에 담가 오래 익혀야 먹는데, 나박김치나 물김치는 그때그때 담가 바로 먹는 국물 김치다. 시원한 맛에 여름철 집 나간 식욕을 돋워 준다.

속이 차지 않고 길이가 짧은 풋배추와 양배추는 여름 김치의 단골 레퍼토리다. 즉석 김치나 다름 없이 쉽게 만들어 친숙한 김치다. 묵직한 김장김치와 달리 새우젓을 주로 써 가볍고 달달하게 입에 붙는 맛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부추김치는 경상도에서 즐겨 먹는데, 멸치젓으로 절여 가볍게 양념을 버무려 바로 담가 먹는 김치다.

근대나 풋콩잎 같이 잠깐 지나가는 계절 채소도 김치로 먹으면 먹기가 한결 편하다. 깻잎도 원래는 한여름 채소라 여름 김치로 꼽힌다. 일반적이지 않아 그렇지, 사실 철마다 나오는 모든 채소는 김치로 만들 수 있다. 연근이나 우엉, 도라지, 죽순으로도 김치를 만드는데 푸성귀가 김치가 못될 이유가 있겠는가. 이를테면 오이만 소박이를 하라는 법도 없다. 단단하고 푸른 토마토를 골라와 십자로 가르고 소를 박아 넣으면 토마토 소박이, 쫀쫀한 가지 속을 채우면 가지 소박이가 된다. 모양도 예쁘고 맛도 새로워 인기 좋은 반찬이 된다. 제철의 비타민 세례를 받는 맛있는 방법, 여름 김치는 무궁무진하다.

 실전, 여름 김치 

경기음식연구원 박종숙 선생에게 여름 김치를 배워 보자. 박 선생은 현재 신세계 푸드 '올반' 컨설턴트로 있으며, 서울과 개성까지 고금의 경기 음식과 김치, 장 등 각종 발효 음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온 요리연구가다. 그가 알려준 여섯 가지 김치를 소개한다. 해묵은 김장김치에 절여진 무거운 입맛을 가볍게 씻어내고 입맛을 돋워주는 싱그러운 김치들이다. 별미가 될 이색 김치 조리법도 함께 소개한다.

◆양배추 김치

양배추 김치.
양배추 김치.

▦재료: 양배추 1㎏, 소금

-양념 재료: 부추 100g, 양파 200g, 다진 마늘 2큰술, 생강 1/2큰술, 불린 고추 간 것 4큰술, 굵은 고춧가루 1큰술, 홍고추채 25g, 풋고추채 50g, 새우젓 2큰술, 액젓 2큰술, 매실청 2큰술

-김치 국물 재료: 물 100㎖, 배즙 100㎖

▦만드는 법

1 양배추는 가운데 심을 도려내고 3~4㎝가량의 적당한 덩어리로 자른다.

2 밀폐 용기에 양배추를 넣고 10% 소금물을 부어 아래위로 뒤집어 주며 1시간 절인다.

3 양배추가 절여지면 깨끗이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

4 양파는 2㎜ 두께로 썰고 부추는 3㎝, 풋고추와 홍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털어 낸 후 3㎝ 길이로 채 썬다.

5 양념을 합하여 고루 섞어 절인 양배추에 버무린다.

6 버무린 통에 국물을 넣어 남은 양념을 헹궈낸 후 양배추 김치에 살그머니 부어 익힌다.

◆깻잎 김치

깻잎 김치
깻잎 김치

▦재료: 깻잎 350g

-절임 양념 재료: 진간장 2큰술, 액젓 4큰술, 조선간장 2큰술, 매실청 2큰술, 배즙 100㎖, 육수 50㎖

-재움 양념 재료: 생강즙 1작은술, 고운 고춧가루 3큰술, 마늘채 35g, 밤채 70g, 대추채 35g, 깨소금 2큰술

▦만드는 법

1 깻잎은 한 잎 한 잎 깨끗이 씻어 물기를 잘 뺀다.

2 절임 양념을 섞어 깻잎을 서너 장씩 담갔다가 꺼내 1시간 정도 절여둔다.

3 밤, 대추, 마늘채를 곱게 채 썬다.

4 깻잎의 절임 양념 국물을 잘 짜내고 재움 양념 재료와 섞는다.

5 깻잎을 서너 장씩 놓고 양념을 발라 깊이 있는 통에 차곡차곡 담는다.

6 하루 정도 시원한 곳에서 익힌다.

◆통오이 소박이

통오이소박이
통오이소박이

▦재료: 오이 2㎏, 소금

-양념 재료: 부추 200g, 불린 고추 100g, 배즙 50㎖, 액젓 50㎖, 새우젓 2큰술, 굵은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생강즙 1/2큰술, 매실청 1/2큰술, 밥 간 것 50g

▦만드는 법

1 오이는 양끝을 잘라 내고 씻어낸다.

2 양 끝을 남기고 길이로 길게 칼집을 두 번 넣어 네 쪽이 나게 갈라 깊은 그릇에 차곡차곡 담고 누름돌로 누른다.

3 10% 염도의 소금물을 2L 가량 끓여 뜨거울 때 부어 1시간 절인다.

4 송송 썬 부추와 불린 고추 간 것, 모든 양념을 고루 섞는다.

5 절인 오이는 건져 깨끗이 씻어내고 두 시간 이상 물기를 뺀다.

6 오이의 칼집에 소를 채워 넣어 완성한다.

7 깊은 그릇에 차곡차곡 담은 후 비닐을 덮어 익힌다.

◆풋고추 김치

풋고추 김치
풋고추 김치

▦재료: 풋고추 500g, 무 200g, 부추 150g, 양파 100g, 홍고추 30g, 소금

-양념 재료: 불린 고추 5큰술, 고운 고춧가루 1큰술, 굵은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생강즙 1/2큰술, 액젓 3큰술, 새우젓 1큰술, 매실청 1큰술

-김치 국물 재료: 물 100㎖, 배즙 100㎖

▦만드는 법

1 풋고추는 윤기가 나고 곧은 것을 고른다.

2 풋고추 꼭지를 1㎝ 정도 남기고 잘라내고 한 쪽 배를 갈라 10% 소금물에 1시간 정도 절인 후 헹궈 물기를 뺀다.

3 무는 2㎝ 길이로 곱게 채로 썰고, 부추와 양파는 1㎝ 길이로 채썬다.

4 고추를 뺀 모든 재료를 고루 섞어 소를 만든다.

5 고추에 소를 눌러 넣고 깊은 용기에 차곡차곡 담는다.

6 양념이 남아 있는 용기에 물과 배즙을 넣어 고루 씻은 후 살그머니 붓는다.

◆고구마 줄거리 김치

고구마줄거리 김치
고구마줄거리 김치

▦재료: 고구마순 2㎏, 풋고추 70g, 홍고추 35g, 쪽파 70g, 부추 70g, 양파 140g, 소금

-양념 재료: 불린 고추 갈은 것 100㎖, 멸치액젓 5큰술, 배즙 50㎖, 고운 고춧가루 1큰술, 굵은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1/2큰술, 매실청 4큰술

▦만드는 법

1 통통하고 싱싱한 고구마줄거리는 붉은 색을 구해 잎을 떼고 잠길 정도의 10% 염도 소금물에 2시간 정도 절인다.

2 잘 휘어지게 절여진 고구마 줄거리의 껍질을 벗기고 7㎝ 길이로 자른다.

3 양파는 얄팍하게 썰고 쪽파와 부추는 5㎝ 길이로 썬다.

4 불린 고추에 액젓 등을 넣어 블렌더로 곱게 간다.

5 나머지 재료를 모두 합해 양념을 만든다.

6 양념에 쪽파, 부추, 고구마줄거리, 양파를 섞어 버무린다.

◆호박고구마채 김치

호박고구마채 김치
호박고구마채 김치

▦재료: 호박고구마 500g

-양념 재료: 굵은 고춧가루 2큰술, 쪽파 80g, 부추 100g, 불린 고추 간 것 100㎖, 매실청 3큰술, 액젓 4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생강즙 1작은술, 배즙 50㎖, 밥 간 것 50g

▦만드는 법

1 호박고구마는 깨끗이 씻어 눈과 상처 난 곳을 손질하고 껍질을 벗긴다.

2 호박고구마를 김장 무채 정도로 채썰고 마른 고추 가루를 버무려 놓는다.

3 양념을 모두 잘 섞는다.

4 부추와 쪽파는 손질해서 3㎝로 자른다.

5 고춧가루에 버무린 고구마 채에 양념을 고루 버무린 후 부추와 쪽파를 섞어 완성한다.

경기음식연구원 박종숙 요리연구가
경기음식연구원 박종숙 요리연구가

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사진 강태훈 포토그래퍼

푸드 스타일링 장진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