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유능해야 한다’는 대통령에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관철 재확인 경제정책 ‘서생의 정의’만으론 부족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이 충격적인 건 월 신규 취업자 증가치가 10만 명 아래로 추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정상적이라면 그 수치가 30만 명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지난 2월부터 연속 3개월 간 10만 명대로 떨어져 우려를 낳고 5월엔 급기야 7만2,000명까지 추락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일임엔 틀림 없다. 하지만 정작 충격인 건 이런 ‘고용 참사’가 출범 직후 청와대에 ‘일자리상황판’부터 내건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 간 일자리 창출에 총력 매진해온 결과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개각을 한다면 누군가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최근 경향신문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오보’가 난 것도 어찌 보면 문책을 바라는 여론이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론이 장 실장을 향하는 건 당연하다. 장 실장은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설계자이자, ‘J노믹스’의 실질적 사령탑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논란을 산 정책을 주도했다. 최근엔 대통령의 실언을 부른 가계소득 통계 왜곡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장 실장은 기이하게도 비장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그는 “사의 표명은 근거 없는 오보”라며 “저는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경제를 이루어낼 때까지 대통령님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장 실장의 다짐을 두고 일각에선 “대통령님과 함께 할 것”이라는 말로 대통령에 맡겨져야 할 자신의 진퇴 문제를 스스로 결론 낸 희한한 경우라는 촌평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한 건 아직도 ‘정의로운 경제’를 절대가치처럼 내세우는 그의 인식과 태도다.

정의로운 경제, 좋은 얘기다. 그 동안 경제시스템에서 정의와 공정이 위축돼 부자와 서민,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의 극심한 양극화가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아젠다로 본격 떠올랐고, 우리 사회에서도 시대정신으로 수용됐다. 장 실장이 활동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수준의 시민운동을 넘어 2012년 대선 때부터 이미 각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공정경제’ 같은 공약으로 가공해 정치의제로 채택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경제는 애초부터 기존 시스템 개선을 위한 보완적 개념이지 경제정책의 일반원칙이 돼서는 안 됐다.

경제정책의 목표는 나라의 번영을 꾀하고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걸 추구하는 과정은 철저하게 실리에 기반하는 게 옳다. 1970년대 말 걸출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어떤 색깔의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게 제일이라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완고한 이념의 틀을 극복하며 오늘날 중국 도약의 토대를 닦았다. 그게 실용적 경제정책의 전범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경제정책은 ‘불의’에 맞서 싸우는데 지나치게 집착해 전반을 망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쳐내기 어렵다.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 1년을 보낸 장 실장이 일개 ‘서생(書生)의 정의’를 여전히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내세우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소득주도성장에 치우친 경제정책은 혁신성장을 지체시키고, 나라경제의 잠재력을 위축시켰으며, 서민 경제를 살리지도 못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두려운 마음”이라며 “청와대는 대한민국 국정을 이끄는 중추다. 청와대야말로 정말 유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대해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연한 다짐에 앞서 장 실장은 혁신성장을 위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회에 적체된 수많은 규제혁신 법안 처리를 위해, 악화하는 통상여건 극복을 위해 정책실장으로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그게 부족했고, 앞으로도 별로 할 생각이 없다면 그의 정의로운 경제는 무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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