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유주와 10년 재계약 젊은 연극인들에 운영 맡겨 ‘실험적 작품’ 전통 이어가기로
2015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민간 소극장인 서울 중구 삼일로창고극장이 서울시의 장기임대 형태로 다시 돌아왔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2015년 경영난으로 폐관했던 삼일로창고극장이 문화산실로서의 역할을 다짐하며 다시 문을 열었다. 1958년에 지어진 가정집을 개조해 1975년 개관한 삼일로창고극장은 1980년대를 거치며 당대 젊은 연극인들의 실험실 역할을 해 온 민간 소극장이었다. 40년간 공연된 작품 수만 279개에 달한다. 20일 서울 중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린 재개관 기자간담회에서 우연(47)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 겸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예술 현장과 함께하는 극장, 동시대 창작 플랫폼을 모토로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함께 극장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일로창고극장이 다시 돌아온 계기는 지난해 서울시가 소유주와 10년간 장기임대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삼일로창고극장을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삼일로창고극장을 위탁 운영하게 되면서, 이 극장은 단순한 민간 소극장이 아닌 공공 지원을 받는 극장이라는 정체성도 띠게 됐다. 하지만 삼일로창고극장은 젊은 연극인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며 자유로운 작품을 실험하는 민간 소극장의 전통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당연직 운영위원인 우연 위원은 “이 극장의 정체성을 살리려면 현장의 30~40대 연극인들이 직접 운영을 맡고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성화(45) 서울 프린지네트워크 대표, 이경성(35)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전윤환(32) 혜화동1번지 극장장, 정진세(38)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인, 박지선(46) 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등이 운영위원으로서 극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대관 공연 심사와 예산 결정권 등을 갖는다. 첫 운영위원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협의해 위촉했고, 이후에는 공모형태로 운영위원을 정한다.

연극계는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으로 수익성이 낮은 민간 소극장이 자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극장이 제작하기 어렵거나, 반대로 공공극장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작품들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극장은 개관 당시 무대 형태를 보존한 60~80석 규모의 가변형 무대로 리모델링됐다. 부속동 1층에 갤러리, 2층 스튜디오를 조성해 전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도 운영한다.

최근 연극계는 역사를 가진 극장들의 잇단 폐관으로 고민이 깊다.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이자, 42년간 연극 중심지 역할을 했던 정동 세실극장이 올해 1월 경영난으로 폐관했다가 서울시의 장기임대계약으로 4월 재개관했다. 세실극장은 서울연극협회가 위탁 운영한다. 1962년 개관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는 현 소유주인 서울예대가 서울시와의 임대계약을 내년까지만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는 “한국 연극사를 관통하고 있는 드라마센터의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