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득씨, 독학 1년 만에 합격 “가족들의 응원으로 일어났죠” 오산시청 하수과에서 첫발
53세 나이에 9급 공무원이 된 삼성전자 출신 박희득씨. 박씨 제공

“민간에서 쌓은 경력과 경험을 사회에 되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3월23일부터 경기 오산시청 환경사업소 하수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53세 새내기 9급 공무원의 포부는 당찼다. 대기업에서 퇴직하고 1년6개월여 만에 민간경력자 공무원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박희득씨 얘기다.

박씨는 20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퇴사를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다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는데 꿈을 이뤘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11월 LG전자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1994년부터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기반기술센터로 스카우트 돼 기계설계분야 과장, 도시바ㆍ삼성전자 합작회사 연구원으로 일했다. 유명 사립대 출신인데다, 전문기술도 뛰어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두루 거치며 30년 가까이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박씨 역시 사내에 불어 닥친 ‘명예퇴직’이라는 칼바람만은 피하지 못했다. 2016년 8월 51세 이른 나이에 정들었던 회사를 나온 그는 애초 인생 2막의 직업으로 공인중개사를 꿈꿨다. 전문직이라 자부심을 갖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강의만으로 자격증을 금세 딴 박씨에게 선뜻 자리를 내어 주는 부동산중개업소는 없었다. 50세를 넘긴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그렇다고 퇴직금을 모두 쏟아 부어 중개업소를 직접 차리기에는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다시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공무원시험을 권한 이는 민간기업에 다니는 딸(28)이었다. 박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4개월여 만에 획득하자, 딸이 공무원시험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며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그렇게 공무원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은 박씨는 인터넷 강의와 독서실을 다니며 학업에 매진, 지난해 11월 9급 필기시험 합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3개월여 전 국가직(7급) 시험에 낙방하고 난 뒤 이뤄낸 성과여서 가족들의 기쁨은 더 컸다.

아직 ‘시보’ 딱지를 떼지 못한 그는 “조카나 동생 뻘인 상사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합격한 박씨를 향해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동료도 있다고 한다.

박씨는 “50세 중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만큼, 과거 근무하며 익힌 노하우를 젊은 선배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고 웃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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