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드] 11번가
SK플래닛으로부터 떼어내
9월 독자법인으로 출범
적자 벗어날까는 여전히 숙제
11번가 “내년 흑자 전환 가능”
SK플래닛 사옥

롯데냐, 신세계냐. 지난해 유통업계 이목은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11번가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는 거래액 기준으로 국내 2위 업체였지만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꾸준히 매각설이 제기돼 왔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롯데와 신세계도 11번가 인수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유통업계 라이벌인 두 회사가 11번가 인수 경쟁에 뛰어든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11번가 몸값은 한때 2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성한 소문과 다르게 롯데도 신세계도 11번가의 새 주인이 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SK가 11번가 몸값을 너무 높게 책정한데다, 경영권을 완전히 놓지 않으려고 ‘합작사’ 설립을 고집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결국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9월 “11번가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며 1년간 이어져 온 매각설을 직접 진화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11번가를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하며 SK의 독자 경영의지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속되고 있는 11번가의 적자는 SK텔레콤에 여전한 부담이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자회사였던 11번가를 합병한 2016년 3,33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도 2,497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SK플래닛의 적자 중 절반가량이 11번가에서 나왔다. 11번가를 독자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SK가 최근까지도 외부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SK플래닛 관계자는 “11번가의 적자는 후발주자로서 선두권 업체를 추격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라며 “SK플래닛의 적자도 11번가에 대한 투자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11번가를 독자 운영하고 싶지만 늘어나는 적자 폭을 그냥 바라볼 수 없었던 SK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투자자를 찾아 내는데 결국 성공했다. SK텔레콤은 국민연금과 사모펀드(PEF) H&Q코리아로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금을 받는 대신 경영권 확보에 큰 영향이 없는 11번가 지분 18.2%를 넘기기로 했다. 또 투자금이 11번가 서비스 개발 등에 쓰여야 한다는 투자자 요청에 따라 11번가를 합병 2년 만에 SK플래닛으로부터 다시 떼어 내 오는 9월 독자 법인으로 출범시키기로 했다.

SK는 투자금 유치로 11번가 경영권 유지와 투자 지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11번가가 언제쯤 적자를 벗어나는지 여부다. 유치한 외부 투자금이 바닥나기 전에 11번가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SK는 추가 투자자를 찾든지 아니면 내부에서 투자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업계는 지난해 11번가 영업손실이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11번가가 단기간에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쿠팡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장에 버티고 있는 데다,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이커머스 사업에 투자를 늘리며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영업환경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11번가는 연간 9조원에 달하는 지난해 거래액을 근거로 내년쯤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거래액이 10조원이 되면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며 “연간 1조원 이상 거래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내년에는 거래액 10조 달성과 흑자 전환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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