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 철도연결이 화제다. 덩달아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열차를 타면 평양에서 냉면으로 점심을 들고 북경에서 오리구이로 만찬을 즐길 수 있다든가, 시베리아철도로 갈아타면 모스크바와 파리까지 직통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한국철도사를 연구하는 나로서는 그런 꿈이 빨리 실현되기를 누구보다도 갈망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차례 남북 철도연결에 관련된 문제를 짚어보겠다. 각 사안의 내력을 훑다 보면 난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먼저 북한의 철도개황을 남한과 비교해보자.

북한은 일찍부터 철도를 주(主), 도로를 종(從)으로 삼고, 줄곧 철도에 의존하는 교통정책을 추진했다. 2015년 말 현재 북한의 철도노선 총 연장은 5,304㎞, 남한의 그것은 3,873㎞이니, 외형으로 보면 북한의 철도노선이 더 길다. 그렇지만 북한철도는 거의 단선이고 남한철도는 모두 복선이기 때문에, 궤도연장으로 따지면 남한은 9,001㎞가 되어 북한의 2배에 가깝다. 선로가 복선화되면 철도의 수송능력과 운행속도는 그만큼 높아진다.

해방 당시 북한의 철도노선 총연장은 3,797㎞, 남한의 그것은 2,725㎞로서, 북한이 1,000㎞ 이상 길었다. 국민 1인당 남한은 0.16㎞, 북한은 0.43㎞, 국토면적 1㎢당 남한은 0.025㎞, 북한은 0.033㎞이었다. 분단 시점에서 북한의 철도망은 여러 면에서 남한보다 훨씬 장대하고 조밀했다.

북한은 1945~2015년에 1,507㎞의 철도를 새로 건설했다. 1945∼1990년에 1,248㎞, 1990~2015년에 259㎞를 깔아, 현재에 가까운 시기에 오히려 아주 부진함을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이 신설한 주요 철도노선은 경의선(서울-신의주)과 경원선(서울-원산)을 잇는 청년이천선(평산-세포, 140.9㎞), 혜산선(길주-혜산)과 만포선(순천-만포)을 잇는 혜산만포청년선(혜산-만포, 250.2㎞)이다. 두 노선은 휴전선과 압록강에 근접한 국경철도로서, 남북분단으로 약화된 동서횡단기능을 강화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북한철도의 복선구간은 67.8㎞에 불과한데, 이것마저 전기(前期)에 부설한 것이다. 북한은 일제 말기에 시공한 경의선, 경원선, 함경선의 복선구간 선로를 뜯어다 철도의 복구와 신설에 활용했다. 아울러 간선철도의 현대화와 수송력제고를 위해 2,900㎞의 노선을 전철로 개조했다. 그러나 심각한 전력부족으로 전기에 이미 기능부전(機能不全)에 빠졌다.

북한은 남한에 맞서기 위해 평양 중심의 철도운영체계를 구축했다. 평양을 거점으로 삼아 주요 노선을 재편하고, ‘평’자가 들어가는 이름을 붙였다. 경의선과 경부선의 경우 평양-신의주 구간을 평의선(224.8㎞), 평양-개성 구간을 평부선(186.5㎞, 전선(全線)은 평양-부산)으로 바꿨다. 평원선(서포-고원)과 함경선(원산-상삼봉)은 평라선(평양-나진, 781.1㎞)으로 통합했다. 또 경원선과 함경선의 일부를 합쳐 강원선(평강-고원, 145.1㎞), 함경선과 도문선의 일부를 합쳐 함북선(청암-나진, 326.9㎞)으로 재편하고, 혜산선은 백두산청년선이라 개칭했다.

남한은 1945~2015년에 1,149㎞의 철도노선을 새로 건설했다. 1945~1990년에 367㎞, 1990~2015년에 782㎞를 깔아, 북한과 대조적으로 후기(後期)에 훨씬 더 늘었다. 복선화 구간을 포함하면 같은 기간에 궤도연장은 5,386㎞ 증가했는데, 전기에 2,820㎞, 후기에 2,566㎞를 놓았다. 남한은 북한과 달리 도로를 주(主), 철도를 종(從)으로 삼는 교통정책을 추진했는데도, 철도망은 매년 고르게 지속적으로 확장되었다. 게다가 현재에 가까운 시기에 철도의 수송능력과 운행속도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리하여 남한은 첨단의 고속철도와 도시철도, 견실한 고속도로와 일반국도가 전국을 거미줄처럼 누비는 상황을 맞았다.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한철도가 불비(不備)해서 민망하다’고 실토했다. 솔직한듯하지만, 남한이 북한철도를 개선해주기 바라는 게 진의였다. 실제로 북한철도의 동영상을 보면 일부 노선에서는 승객이 아예 헐떡이는 열차에서 내려 선로 위를 걷고 있다. 해방 당시 남한보다 우월했던 북한철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다음 회에서 살펴보겠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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