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24년 만에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다. 남북과 북미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일단 8월에 하려던 전면전 대비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부터 미루기로 했다.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따르기를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는 19일 “한미가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던 방어적 성격의 연습 ‘프리덤가디언’의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suspend)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북미ㆍ남북 대화의 평화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결정 배경을 소개했다. 이날 미국 국방부도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올 8월 예정된 ‘워 게임’(war gameㆍ프리덤가디언)의 모든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4번째다. 1994년 ‘팀스피릿’ 중단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결정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의 후속 조치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상대를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부터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중단 결정 대상은 아직 UFG 중 한미 연합훈련인 프리덤가디언뿐이다. 그러나 UFG의 일부인 한국 정부의 자체 군사 지원 훈련 ‘을지연습’까지 함께 중단될 개연성이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을지연습의 중단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열어두고 있다”고 대답했다. 내년까지 대화가 계속될 경우 상반기 훈련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등도 중지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를 가속화하기 위한 유인책인 동시에 압박으로 해석된다. 김 대변인도 “비핵화 실천과 대화가 유지된다는 조건을 달고서 군사연습이 유예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북한도 화답할 공산이 크다. 누차 강조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지키는 차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거론한 평안북도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로켓 엔진 시험장 폐기가 우선 유력한 카드다. 핵 시설ㆍ물질ㆍ무기 목록을 의외로 빨리 신고하거나 사찰단 방북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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