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친모를 저주한 부고 기사. 트위터 캡처

“두 자녀는 그를 절대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며, 세상은 그가 없어져 더 좋은 곳이 됐다.”

지난 4일 한 여성의 죽음을 알리는 괴이한 부고기사가 미국 미네소타주의 지역 일간 레드우드폴스 가젯에 등장했다. 통상 부고기사에는 고인의 삶에 대한 칭송, 그를 향한 그리움의 표현이 담기지만 이 경우엔 달랐다. 그리움은커녕 저주에 가까운 문장으로 부고를 장식한 유족. 과연 무슨 사연이었을까.

부고의 대상은 캐슬린 뎀로우라는 레드우드폴스 출신 여성으로 지난달 31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향년 80세로 숨을 거뒀다. 다섯 문단 길이의 부고에 따르면 캐슬린은 열아홉 살이 되던 1957년 고향 인근의 소도시 와바소에서 데니스 뎀로우라는 남성과 결혼해 두 남매, 지나와 제이를 낳았다. 하지만 결혼 5년 후 시동생 라일과의 사이에서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해 남매를 포기한 채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부모 모두 자녀를 책임지지 않은 상황에서 두 남매는 결국 외조부모의 손에 키워졌다. 평생 친모 캐슬린을 향한 증오심을 품은 남매는 지난달 친지에게서 캐슬린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러한 부고를 준비, 게재했다. 부고에서 남매는 “캐슬린은 그의 아이들을 포기했다”며 “31일 사망한 그는 이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들의 분노를 담아 전했다.

두 남매가 적은 부고기사가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자 이들은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전직 복싱 선수인 제이(58)는 “우리 가족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삶을 살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숨겨진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고 싶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에 말했다. 그는 “옛 가족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간직하고 싶지 않아 성도 ‘데말로’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부고 기사는 누나 지나(60)의 제안으로 작성했지만 다른 언론사에 한차례 거절 당한 후 레드우드폴스 가젯에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우드폴스 가젯은 지면뿐 아니라 온라인에 이를 게재한 지 일주일만에 기사 페이지를 삭제했다.

해당 부고 기사를 올린 제이 데말로(58). 페이스북 캡쳐

이례적인 부고기사가 일대 파장을 일으켰지만 이러한 ‘저주 부고’는 이전에도 가끔 있었다. 2014년 2월에는 미국 온라인 매체 엑스오 제인에 “학대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머니(고인)의 죽음이 필요했다”는 부고가 게재된 바 있다. 수잔 소퍼 부고 전문 기자는 “일반적으로 유족들은 망자에게 비난을 퍼붓지 않지만 누군가 남긴 상처에 진실 되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이도 있다”며 “죽음 앞에 항상 모든 이가 용서받는 것은 아니다”고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남우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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