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국방부 공동 발표… “모든 계획 활동 유예” 싱가포르회담 뒤 美 대북적대행동 해소 첫 조치 北 비핵화 이행조치 견인 의지 표현이자 압박 北, 동창리 로켓엔진 시험장 폐쇄로 화답할 듯 내년 상반기 키리졸브 등은 北태도 보고 판단
2017년 8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일환인 육군 55사단 기동대대 공중 강습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열리지 않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목표인 북미 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다.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자고 북미 정상이 합의한 6ㆍ12 싱가포르 회담 뒤 미국이 처음 취한 적대 행위 해소 조치다.

국방부는 19일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 했던 방어적 성격인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의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suspend)하기로 했다”며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가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후속하는 다른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후속 연습은 상반기 연례 한미 연합 훈련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등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UFG 중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을지연습은 이번 중단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도 18일(현지시간) 이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에 부합해 그리고 동맹인 한국과 협력해 미 군 당국은 올 8월 예정된 방어적인 ‘워 게임’(war gameㆍ프리덤가디언)에 대한 모든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추가적 조치들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며 “추후의 워 게임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화이트 대변인은 한반도 밖에서 진행되는 태평양 훈련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북미 정상회담 뒤 군사적 측면에서 대북 적대시 행동을 해소하는 미국의 첫 번째 조치로 평가된다. 한미가 UFG 일시 중단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강조하는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엔진 시험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로켓 엔진 시험 시설 폐기 등 상응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UFG 연습 유예 조치 발표 시간을 예정보다 앞당기자는 요청이 있었다”며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것 같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내부 일각의 반발 기류를 무릅쓰고 한미 정부와 군 당국이 적대 행동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를 수용한 만큼 이번 결정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를 끌어내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북한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훈련 재개를 할 수 있다는 ‘압박’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는 게 군 안팎의 해석이다.

UFG 연습 일시 중단은 1990년 이후 28년 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UFG 연습 유예는 한미가 1990년 미국 측의 걸프전 참전 때문에 UFG의 전신인 당시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중단한 1990년 이후 두 번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1992년 중단됐던 한미 연합 훈련은 팀스피릿이다.

매년 8월 하순 열리는 워 게임 형식의 지휘소훈련(CPX)인 UFG는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대표적인 한미 연합 훈련 중 하나다. 1954년부터 유엔사령부 주관으로 시행하던 포커스렌즈 연습과 1968년 1ㆍ21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정부 차원의 군사 지원 훈련인 을지연습을 통합해 UFL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컴퓨터 워 게임 기법을 적용했다. 2008년부터 UFG 연습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UFG에는 매년 정부 행정기관과 주요 민간 동원 업체, 군단급 이상 육군 부대, 함대 사령부급 이상 해군 부대, 비행단급 이상 공군 부대, 해병대사령부, 주한미군, 전시 증원 미군 전력이 참가한다. 작년 UFG에 미군 1만7,500명(해외 증원군 3,000명 포함)이 참가했다.

일단 중단이 결정된 훈련은 UFG뿐이다. 한미 국방부는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또 다른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인 KR과 FE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 추이를 보고 실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 기간’ 동안 훈련 중단 결정이 유효하다는 게 군 주변 해석인 만큼 내년까지 대화가 계속될 경우 내년 3월 예정인 KR과 FE도 중지될 가능성이 크다.

매년 3월 실시되는 KR도 UFG와 마찬가지로 연합 방위 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 절차 숙달에 중점을 둔 워 게임 형식의 지휘소훈련이다. KR이 끝나면 개최되는 FE는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FTX)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협상 기간 워 게임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나의 요구(request)였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희망하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즉시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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