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자 자녀 2000명 부모와 헤어진 채 보호소 수용 현ㆍ전 영부인 “잔인한 정책”
미국 국토안보부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불법 이민자의 부모와 자녀를 분리 수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 집회를 벌이고 있다. 어린 여자 아이가 가족과 떨어지지 않으려 찰싹 달라 붙어 있다. 뉴저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역사에서 용납하기 힘든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정책이다.”

불법 이민자의 부모와 자녀를 생이별 시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무관용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당파를 초월해 전방위로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와 로라 부시 전직 영부인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민주당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아이들을 볼모 삼아 ‘협박 정치’에 나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불법 이민자가 국경을 넘을 경우, 전원 체포해 연방법원에 기소하는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기소된 불법 이민자들을 교도소에 구금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은 별도의 임시 보호 시설로 보낸다는 점이다. 역대 미 행정부는 미성년자 자녀를 둔 밀입국자는 예외를 둬 기소하지 않고, 연방 이민 법정에서 처리하는 인도주의적 방식을 택해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의 밀입국을 막기 위해 ‘가족 격리’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든 것이다.

CNN은 정책 시행 불과 한달 반 만에,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오다 붙잡힌 성인들과 분리돼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숫자가 2,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텍사스 주 브라운스 빌에 위치한 월마트 창고 건물이었던 보호소에는 1,500여명 아이들이 수용돼 있는데 콘크리트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 위에서 담요와 물, 음식만을 제공 받은 채 기약 없이 부모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흡사 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이 공간에는 6살 이하의 미취학 어린이들도 100여명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국경 지대에 새로운 보호소를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허허벌판 사막지대에 천막을 세워 임시 텐트촌을 만드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서 여론의 추가 반대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멜라니아 여사의 공보 담당인 스테파니 그리셤 대변인은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을 부모와 격리하는 것을 보는 걸 싫어한다”며 “법률을 준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라는)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도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일”이라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웠던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 수용소가 떠오른다”고 일갈했다.

국경 경비 강화 기조에 보조를 맞췄던 공화당 내부에서도 ‘가족 격리’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번 주에 자체 발의한 이민법 개정안 두 건을 올리는데, 공통분모는 불법 이민자 자녀를 부모와 같은 시설에 구금하거나 미국에 있는 친척집으로 보내는 내용이다. 11월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의식해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민주당에게 화살을 돌렸다. 민주당이 이민법 개정안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협상이 진행되지 않아 이 같은 강경 조치를 초래했다는 변명이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민주당 공화당 공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해결 방안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미 의회의 정치력 부재를 질타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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