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561명 무사증으로 제주 찾아 정부 지원 대책 없어 생계도 막막 지역사회 난민수용 찬반 논란 불거져 거주제한 조치 해제 등 해결방안 절실
[저작권 한국일보]18일 제주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주차장 한쪽에서는 대한적십자사가 예멘난민신청자를 대상으로 의료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김영헌 기자.

“오른쪽 다리에 총알 파편이 박혀 있습니다.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도와주세요.”

18일 제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 주차장에서는 대한적십자사가 예멘인 난민신청자를 대상으로 의료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의료지원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던 티샴(25)씨는 총상을 입은 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다리를 보여주면서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돌아갈 곳이 없다”며 “고향은 가고 싶어도 못 간다. 돌아가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맨 이브시 출신인 티샴씨는 강제징집을 피해 다니다 반군이 쏜 총을 맞은 후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다가 지난달 4일 제주에 입국했다. 주차장 다른 한쪽에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인 글로벌이너피스 회원들이 무료로 나눠주는 빵과 과일, 샴푸 등 생필품을 받기 위해 수십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1시간여만 동이 나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예멘인 561명이 무사증 입국제도를 이용해 제주로 들어왔고, 이들 중 난민신청자는 549명으로 가족 단위 신청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제주로 온 예멘인들 대부분은 전쟁을 피해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다가 마지막 행선지로 제주를 선택했다. 그러나 제주로 온 지 수개월이 지나면서 수중의 돈이 거의 떨어져 당장 숙식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정부나 제주도 차원에서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대책은 없으며, 대부분 난민지원단체들의 지원만 이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500여명이 넘는 예멘인들을 제주에 발을 묶어 놓으면서 제주지역 사회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데 있다. 당장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수많은 예멘 난민들을 처음 접한 도민들은 이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법무부는 예멘인들이 입국이 급증하자 지난 1일자로 무사증 입국 불허국에 예멘을 포함시켰다. 또 난민 신청자들이 타 지역으로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거주지역 제한’ 조치도 내렸다. 법무부는 예멘인들이 무사증 입국 제도로 입국했기 때문에 제주에 체류해야 하며, 지원대책 역시 제주에서 강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다만 뒤늦게나마 예멘인들의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 11일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 없이 취업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거의 없는 제주지역에서 취업이 쉽게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난민수용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을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반면 일부에서는 예멘인들이 무사증 제도와 난민법을 악용해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제주에 왔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또 극렬 이슬람주의자의 테러 우려 등 근거 없는 악소문까지 퍼지면서 난민수용을 거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13일 올라온 청원글은 18일 20만명을 넘어섰다. 제주도청 홈페이지도 난민을 반대한다는 글로 도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인 한국난민네트워크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난민 업무는 국가 사무인데 제주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난민을 맞을 준비가 안된 제주사회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며 “예멘 난민들이 취업하기 쉽고, 이미 한국에 정착한 동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도권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거주제한 조치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예멘 난민신청자 대부분이 20~30대 남성인 이유는 이들이 예멘에 남아있을 경우 반군이나 정부군에 의해 전쟁터로 강제로 끌려가거나 학살의 대상이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한국에 남을 수 있는 난민 인정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위법 행위는 없을 것”이라며 난민혐오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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