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군용기에 의한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ADIZ: Air Defence Identification Zone) 내 무단진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중국 측은 자국 군용기가 공해(公海 high seas)상공을 비행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를 제지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군용기가 진입한 공역이 우리나라 ADIZ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FIR: Flight Information Region)에도 해당되는 공역이기 때문에 이 사안은 ‘중국 군용기의 우리나라 ADIZ 진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미식별 비행물체의 우리나라 FIR 무단비행’문제로도 간주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해당 공역에는 매일 수많은 국제선 민간항공기가 운항하는 국제항로가 거미줄 같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FIR과 국제항로를 무단으로 통행하는 것은 민간항공기와의 공중충돌 위험을 발생시킴으로써 국제민간항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는 국제민간항공의 안전을 위해 전 세계 공역을 FIR로 세분하여 각 국가로 하여금 관할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11 등에 정해진 국제기준에 따라 자국 관할 FIR내를 비행하는 항공기의 비행안전을 위해 ① 조종사에게 기상상태, 공항상태 등의 비행정보(flight information)를 제공하고 ② 비행중인 항공기간 안전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항공교통관제업무를 수행하며 ③ 항공기 실종, 추락 등 사고발생시 수색/구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④ 항공기간 공중충돌 방지를 위해 서로 인접하여 비행하는 항공기 조종사에게 상대방 항공기의 존재와 그 위치, 비행고도, 진행방향, 비행속도 등의 교통정보(traffic information)를 실시간 통보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이러한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ICAO는 모든 조종사로 하여금 FIR내를 비행하기 전 비행계획서(flight plan)를 작성하여 해당 FIR 관할 국가의 항공교통관제기관(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교통부 인천/대구 항공교통관제소)에 제출하고 비행 중 항상 관할 항공교통관제기관과 무선통신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만약 중국 군용기가 우리나라 영공이 아닌 공해상공을 통과함을 이유로, 군용기에게는 국제민간항공협약이 적용되지 아니함을 이유로, 또는 우리나라 FIR 내이지만 위 ① 내지 ④의 업무를 우리나라로부터 제공받을 의사가 없음을 이유로 비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우리나라 항공교통관제당국과 사전 협의 없이 FIR 내를 함부로 비행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비록 그 비행고도가 높지 않을지라도 민간항공기가 고장 등으로 인하여 갑자기 급강하할 수 있는데다 오늘날 항공기 속도가 너무 빨라져 서로 정면으로 접근하는 두 대의 항공기 조종사가 상대방항공기를 눈으로 보았을 때는 이미 공중충돌을 회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게 되므로 국제항로에서 비행하는 많은 민간항공기에 잠재적 공중충돌위험을 발생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정보부족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항공교통관제기관이 중국 군용기의 인근에서 비행하는 민간항공기 조종사에게 그 군용기에 관한 위 ④의 교통정보를 제대로 통보할 수 없게 만드는 바, 이는 비록 공해상공일지라도 다른 국가가 관할하는 공역 내에서 민간항공기에 위험한 활동을 할 경우에는 그 국가의 항공교통관제당국과 사전에 협의를 하도록 한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11의 국제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가 된다.

일반적으로 국제민간항공협약이 군용기에는 적용되지 않으나 군용기가 국제항로, 국제공항 등 국제민간항공용으로 지정된 공역 내에서 비행하는 경우에는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그 공역 또는 공항에 정해진 국제기준과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중국 군당국은 향후 군용기를 우리나라 FIR내로 비행시키고자 할 경우에는 그 군용기의 ADIZ 진입에 따른 군사적 문제와는 별개로, 사전에 우리 항공교통관제당국과 협의한 후 군용기 조종사로 하여금 비행 중 무선통신을 유지토록 함으로써 국제민간항공의 안전뿐만 아니라 그 군용기의 비행안전까지 동시에 확보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향규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 부회장ㆍ국제항행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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